낯익은 거래처 이름으로 걸려 온 전화
이 글은 한겨레 보도(2026년 11월 5일)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원문에 개별 피해 사례는 없다. 아래 업체 이야기는 수법을 이해하기 위해 꾸민 가상의 상황이며, 실제 피해자나 업체와 무관하다.
공공기관에 물품을 납품해 온 작은 업체가 있다고 하자. 어느 날 거래했던 관공서 직원이라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 상대는 지난번 보내 준 물품을 잘 받았다는 취지로 말문을 연다.
실제로 거래한 적이 있는 기관이다. 인사말도 자연스럽다. 업체 입장에서는 의심보다 반가움이 앞서기 쉽다.
과거 계약 이력에서 시작된 접근
경찰 수사로 드러난 수법은 이렇다. 조직은 관공서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의계약 현황이나 나라장터 입찰 정보를 확인해, 입찰에 참여했거나 계약을 맺은 업체를 골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물품 구매를 대신해 주고 송금도 해 주면 나중에 계약 과정에서 정산하겠다는 취지로 요청했다. 다음 계약에 잘 봐주겠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업체로서는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충분해 보이는 제안이었다.
내부 결재 공문서와 거래계약서는 포토샵 등으로 위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 공무원을 사칭한 문자메시지 사진도 공개됐다. 공문서 모양의 이미지까지 받으면 확신은 더 굳어진다.
검은 시트지로 창문을 가린 5층 건물
한겨레가 확보한 사진과 영상,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콜센터는 베트남의 5층 건물이었다. 2~3층이 사무실이었고, 1~3월 약 10여 명이 이곳에서 일했다. 층마다 5~6명이 팀을 이뤘다. 1층과 5층은 창고, 4층은 숙식 공간이었다.
모든 창문에는 검정 시트지가 붙어 있었다. 1층 출입문에는 방화벽이 설치돼 내부에서 열어 주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었다. 사무실 벽에는 휴대전화 수거함이 걸려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일하는 동안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이 통제됐다.
내부 제보로 시작된 수사, 지금은 재판 중
수사는 내부 제보로 시작됐다. 한국인 3명이 탈출에 성공했고, 이후 베트남 공안이 콜센터에 진입했다. 경찰은 총책이 사용하던 외장형 메모리에서 위조 공문서, 범행 대본, 계좌 내역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총책 ㄱ(41)씨 등 9명에게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공소청에 송치했다. 이들은 현재 인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넘긴 20명도 전자금융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
경찰이 밝힌 피해자는 631명, 피해액은 243억 원이다. 모두 혐의 단계의 내용이며, 유죄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진다. 수사기록만 1만8000여 쪽에 이른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과거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다 단속을 피해 지난 1월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겼다. 최재황 연수서 지능팀장은 "피싱 조직이 여러 국가로 거점을 옮겨 다니고 수법도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거래 중인 공공기관이라도 물품 대리 구매나 선송금 요청은 기관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세요
- [ ] 계약서와 공문 이미지만 보고 믿지 마세요. 위조될 수 있습니다
- [ ] 계약에 없던 구매 대행 요청은 정중히 거절하세요
- [ ] 다음 계약을 언급하며 부탁해도 먼저 내부에서 상의하세요
- [ ] 의심되면 112나 금융감독원 1332에 확인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 112 신고: 가까운 경찰서에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 지급정지 요청: 송금한 은행에 바로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하세요.
- 금융감독원 1332: 피해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증거 보존: 통화 내역, 문자, 계약서와 공문 이미지, 송금 내역을 남겨 두세요.
이 글은 2026년 11월 5일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업체 이야기는 수법 이해를 위한 가상의 상황입니다. 송치된 피의자들은 현재 재판 중이며,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