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먼저 보내고, 다시 찾아온 상실
A씨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남편이 남긴 사망보험금은 A씨에게 남은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이 사망보험금을 포함한 전 재산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A씨의 손을 떠났다. 남편의 사망보험금 등으로 마련한 전 재산, 7억5천만원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A씨가 정확히 언제, 어떤 경위로 사기범과 접촉하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의 추적으로 피해금이 흘러간 경로는 확인됐다. 약 2억원은 범인의 계좌에 입금됐고, 나머지 5억5천만원은 수표로 건네졌다.
계좌이체 2억원, 수표 5억5천만원
돈이 건네진 방식의 차이는 이후 피해 회복의 속도를 갈라놓았다. 같은 사람이 같은 사기를 당했지만, 계좌로 들어간 돈과 수표로 건넨 돈은 전혀 다른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
자금세탁 수사에서 추적된 피해금
A씨가 당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부산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최상훈)는 이 사건과 관련된 자금세탁 범죄를 수사하면서 피해금의 행방을 추적했다. 검찰은 범인 계좌로 들어간 약 2억원을 확인하고, 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계좌를 동결했다.
재판 확정 전에도 돌려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범죄 피해 재산은 몰수·추징 판결이 확정된 뒤에야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재판이 끝나기 전에도 돌려줄 수 있다.
부산지검은 이 특별법에 따라 지급정지와 채권소멸 절차를 진행하도록 금융기관에 요청했다. 절차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A씨는 2억원을 돌려받았다. 형사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왜 5억5천만원은 못 돌려받았나
문제는 나머지 5억5천만원, 즉 수표로 건넨 돈이었다. 이 수표는 사고수표로 등록돼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A씨는 수표를 무효로 만들어 돈을 되찾으려 법적 절차를 밟았지만,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현재 항고 중이다. 검찰도 회수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걸림돌은 현행법이다. 수표를 무효로 만드는 절차는 수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 등에만 마련돼 있다.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직접 건넨 수표는 이 절차를 이용하기 어렵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로 건넨 수표도 예외적으로 무효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 발의돼 심사를 받고 있다. 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수표로 돈을 건넨 피해자가 이를 되찾는 길은 좁을 수밖에 없다.
범죄수익환수부가 남긴 말
부산지검은 올해 1월 6일 범죄수익환수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로 얻은 이익을 추적해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를 당했다면 지금 확인해야 할 것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면, 다음 절차를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
- 112 또는 이용 금융회사 콜센터에 즉시 전화해 지급정지를 신청한다
- 가까운 경찰서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피해구제 신청에 활용한다
- 금융감독원 콜센터(국번 없이 1332)에서 피해구제 절차를 상담받는다
- 명의도용방지서비스 엠세이퍼(msafer.or.kr)에서 본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휴대폰이 있는지 확인한다
-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
A씨의 사례는 피해금을 수표로 건넸을 경우, 회복까지의 길이 훨씬 험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재판이 끝나지 않아도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피해 회복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