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
2026년 2월, 20대 피해자에게 낯선 연락이 왔다. 상대는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했다.
내용은 이랬다.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상대는 이 말로 불안을 키운 뒤 현금을 준비하게 했다. 그리고 돈을 받아 갈 사람을 보냈다.
수사기관이라는 이름은 누구에게나 무겁게 다가온다. 내 계좌가 범죄에 쓰였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당황한다. 의심보다 해명이 먼저 떠오른다.
현금을 직접 건네게 하는 방식
이번 사건에서 돈은 계좌이체가 아니라 현금으로 오갔다. 수거책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 갔다.
만남은 두 차례였다. 이렇게 건너간 돈은 모두 7,400만 원이었다. 회차별 금액은 공개된 내용에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 직접 찾아오면 공적인 절차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수사를 이유로 현금을 받아 가는 일은 없다. 이 점이 이번 수법의 핵심이다.
신고 이후 이어진 추적
피해자는 2월 말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다. 구리경찰서는 이후 현금이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다. 그리고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검거된 사람은 모두 5명이다. 수거책 3명과 환전책 2명이다. 수거책은 20대 여성 2명과 30대 남성 1명이었다. 환전책은 30대 남성 2명이었다.
환전책은 받은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이 가상자산으로 바뀌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거에 동원된 또 다른 피해자
검거된 5명 가운데 4명은 2026년 9월 말 사기 혐의로 송치됐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혐의는 법원에서 가려져야 한다.
나머지 1명은 20대 여성이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입건하지 않았다. 그는 별도의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었다.
이 여성은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았다. 그 말을 믿고 수거 과정에 동원됐다. 피해자가 다시 범죄에 이용된 사례다.
이 대목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사기범은 한 번 속인 사람을 다른 범행의 도구로 쓰기도 한다. 동원된 사람은 자신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수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수사기관 사칭: 검찰 같은 기관의 권위를 내세웁니다.
- 범죄 연루 암시: 계좌가 범죄에 쓰였다며 불안을 키웁니다.
- 현금 준비 요구: 범죄 연루를 벗으려면 돈을 준비하거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갑니다.
- 대면 현금 수거: 사람을 보내 현금을 직접 받아 갑니다.
- 자금 세탁: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추적을 어렵게 합니다.
피해를 막고 대응하는 법
수사기관은 현금이나 금품 전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결백을 증명하라며 돈을 맡기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요구를 받았다면 사기입니다.
연락을 받았다면 먼저 대화를 멈추세요.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상의하세요. 결백을 증명하려고 무언가를 전달하거나 대신 받아 오라는 요구도 거절해야 합니다.
이미 돈을 건넸다면 즉시 112에 신고하세요. 금융감독원 1332에서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도 수사기관을 사칭해 현금이나 금품 전달을 요구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8일 구리경찰서가 발표하고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쓰지 않았습니다. 송치된 4명은 재판을 앞둔 피의자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