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집 같은 전셋집을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에서 직장생활 5년째인 박○○ 씨(가명, 34세)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어렵게 마련해준 종잣돈 1억2천만 원을 손에 쥔 그는 몇 달 동안 발품을 팔며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을 찾아다녔습니다.
2026년 초, 드디어 조건에 맞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서울 외곽의 신축 오피스텔로, 깔끔한 내부 마감에 역세권이었고 전세금도 시세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임대인이 급하게 내놓은 물건"이라며 서둘러 계약을 권유했습니다.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박 씨는 인터넷에서 전세사기 예방법을 여러 차례 찾아봤기에 나름대로 철저하게 확인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발급받아 근저당은 없는지, 소유자가 계약서의 임대인과 동일한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등기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소유자도 계약서의 임대인 이름과 일치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확인한 거 아닌가요?" 중개인에게 물으니 "네, 깨끗한 물건입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안심한 박 씨는 계약금 1,200만 원을 먼저 입금하고, 잔금일에 나머지 1억800만 원을 임대인 계좌로 모두 이체했습니다.
이사 후 날아온 낯선 우편물
입주한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박 씨의 우편함에 낯선 이름의 법인에서 보낸 등기우편이 날아왔습니다. 내용을 읽던 박 씨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본 건물은 ○○신탁주식회사의 수탁재산으로서, 임대인의 임의 임대차 계약은 신탁법 위반으로 효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즉시 명도를 요구합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는데, 왜 신탁회사에서 명도를 요구하는 걸까요?
알고 보니 이런 구조였습니다. 그 건물의 소유자(임대인)는 2년 전에 건물을 담보신탁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넘긴 상태였습니다. 담보신탁이 설정되면 법적 소유권은 신탁회사로 넘어가며, 이후 임대차 계약을 하려면 반드시 신탁회사의 서면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임대인은 신탁회사 동의를 전혀 받지 않은 채로 박 씨와 계약을 진행한 것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등기부등본에는 신탁등기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박 씨는 그 의미를 제대로 몰랐고 중개인도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갑구'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던 '신탁'이라는 단어가 전 재산을 날리게 만든 결정적 함정이었습니다.
임대인은 이미 잠적, 보증금은 보호받지 못해
박 씨가 황급히 임대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는 이미 없는 번호였습니다. 중개인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관은 "민사 문제가 포함되어 있어 형사적 처리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임차권등기도 신청했지만 신탁부동산의 특성상 보증금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절망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도 신탁부동산에는 적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5년간 모아온 전 재산이자 부모님께서 노후자금까지 보태준 1억2천만 원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신탁부동산 전세사기, 이것을 꼭 확인하세요
박 씨가 당한 신탁부동산 전세사기는 2026년 들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신종 수법입니다. 등기부등본만 봐서는 알기 어렵고, 전문 지식 없이는 함정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 신탁등기 확인: 등기부등본 갑구에 '신탁'이 적혀 있으면, 해당 부동산은 신탁회사 소유입니다
- 신탁원부 열람: 신탁등기가 있을 경우 반드시 신탁원부를 따로 열람해 임대 가능 여부를 확인하세요
- 신탁회사 동의서 요구: 신탁부동산 계약 시 신탁회사 명의의 서면 동의서가 없으면 계약은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 저렴한 전세 의심: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전세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 페이퍼컴퍼니 다수 소유: 한 임대인이 수십 채를 보유한 경우 위험 신호입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계약 전 등기부등본 갑구에 '신탁' 표기 유무를 확인하세요
- [ ] 신탁 표기가 있다면 신탁원부를 별도로 발급받아 확인하세요
- [ ] 신탁부동산이라면 신탁회사의 서면 동의서를 계약서에 첨부하세요
- [ ]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세요
- [ ] 전세금이 매매가의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이 있습니다
- [ ] 중개인의 말만 믿지 말고 반드시 직접 원문 서류를 검토하세요
- [ ] 계약 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으로 시세를 비교하세요
- [ ] 피해 의심 시 전세사기예방센터(1670-1004)에 문의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 임차권등기 신청: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신청: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시스템(jeonse.kgeop.go.kr)
- 법률 지원 요청: 법률홈닥터(132) 또는 주택도시보증공사(1566-9009)
- 증거 보존: 계약서, 등기부등본, 통장 이체 내역, 문자 내역 캡처
이 사연은 실제 피해 사례들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