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살림을 시작한 기쁨도 잠시
올해 32세인 최○○ 씨와 배우자 김○○ 씨(33세)는 작년 봄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입니다. 두 사람이 각자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악착같이 모은 돈과 양가에서 조금씩 보탠 자금을 합쳐 전세 자금 2억 원을 마련했습니다.
"월세는 아깝잖아요. 전세로 안정적으로 살다가 나중에 집 살 기반을 만들자고 둘이 의기투합했어요."
인천 부평구에서 찾은 신축 빌라는 완벽해 보였습니다. 방 2개, 새 가전, 깔끔한 인테리어. 인근 아파트 전세가보다 30% 이상 저렴한 2억 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사업 자금이 급해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등기부등본도 확인했습니다. 근저당은 없었고, 건물 소유자로 등재된 임대인 이름도 신분증과 일치했습니다. 두 사람은 안심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집주인은 '바지'였다
입주한 지 1년이 지난 올해 봄, 만기가 다가오자 최 씨는 임대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계속 꺼져 있었습니다. 문자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불안해진 최 씨가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자, 소유자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미 수개월 전 경매로 넘어가 낙찰된 상태였습니다.
알고 보니 최 씨 부부가 계약한 '집주인'은 실제 조직의 지시를 받는 명의상 임대인, 이른바 '바지임대인'이었습니다. 조직은 신용불량자를 섭외해 대출을 받아 무자본으로 빌라를 매입한 뒤, 세입자를 모집해 전세보증금을 챙기는 수법을 반복했습니다. 조직이 원하는 돈을 다 끌어모으자 임대인을 버리고 잠적했고, 담보대출이 상환되지 않자 건물은 경매로 넘어간 것입니다.
최 씨 부부의 보증금 2억 원은 경매 낙찰가로도 전혀 변제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낙찰가가 담보 대출 금액에도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깡통전세'였습니다.
"계약할 때 근저당도 없고 등기도 깨끗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나중에야 조직이 의도적으로 계약 직전에 대출을 일시 상환해 등기부를 깨끗하게 세탁했다는 걸 알았어요."
두 사람이 결혼 전부터 함께 모은 2억 원, 그리고 양가 부모님이 힘겹게 보태준 돈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뒤늦게 드러난 조직적 범행
경찰 수사 결과, 같은 조직의 범행 피해자는 최 씨 부부 외에도 40명이 넘었습니다. 총 피해 보증금은 85억 원에 달했습니다. 조직은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위장해 운영하며, 바지임대인을 앞세워 인천·수도권 신축 빌라 수십 채에서 같은 수법을 반복했습니다.
피해자의 70% 이상이 20~30대 청년이었습니다. 생애 첫 전세 계약을 앞두고 제대로 된 확인 방법을 알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이 집중 타깃이 되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최 씨 부부를 무너뜨린 무자본 갭투자·바지임대인 전세사기의 핵심 수법입니다.
- 등기 세탁: 계약 직전 담보 대출을 일시 상환해 등기부를 깨끗하게 만든 뒤, 전세보증금을 받자마자 다시 대출을 일으켜 보증금을 빼돌림
- 바지임대인 활용: 신용불량자 등 취약계층을 명의 임대인으로 세워 책임을 분산하고 실제 조직원 추적을 어렵게 함
- 무자본 갭투자: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 매입 대금을 충당하는 구조 — 집주인이 실제로 투자한 자본이 0원
- 시세보다 저렴한 미끼: 인근 시세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세입자를 유인해 빠른 계약 결정을 유도
- 조직적 연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바지임대인, 공모 중개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다단계 조직 범행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계약 직전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으세요 (계약 당일 현장에서 실시간 확인)
- [ ] 건물의 매매 시세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하고, 전세가율이 70% 이상이면 깡통전세를 의심하세요
- [ ] 집주인 신분을 직접 확인하세요 (신분증 원본, 등기부등본 소유자 명의 일치 여부)
- [ ] 임대인이 급하게 계약을 서두르거나 '사정이 있어 싸게 내놓았다'고 하면 반드시 의심하세요
- [ ] 전세보증보험(HUG·SGI서울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하세요
- [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이사 당일 즉시 처리하세요
- [ ] 국세청 미납 세금 열람 서비스로 임대인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세요
- [ ] 계약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과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직접 확인하세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1588-0998)
피해를 당했다면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신청: 1600-1004, 피해자 결정 신청 기한 2027년 5월 31일까지
-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보증금 보전을 위해 즉시 법원에 신청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상담: 전세사기예방센터 1566-9009
- 법률 지원: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무료 법률 상담)
- LH 피해주택 매입 신청: LH가 피해주택을 매입 후 거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활용
이 사연은 2026년 실제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