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첫 독립을 앞두고
이○○ 씨(가명, 26세)는 올해 초 첫 직장에 취업하며 독립을 준비했다. 부동산 계약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회사 근처 신축 오피스텔을 소개하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중개사는 친절했다. "신축이라 시설도 좋고, 전세가율도 안정적"이라며 오피스텔 한 곳을 추천했다. 전세보증금은 2억 3천만 원. 주변 시세보다 다소 높았지만, "신축이라 감가가 없어서 그렇다"는 설명에 수긍했다.
"전문가가 확인했으니까" 안심했던 이유
이 씨는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직접 열람했다. 근저당도 없고 소유권도 깨끗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중개사에게 물었다.
"전세가가 좀 높은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제가 이 건물만 몇 채를 중개했어요. 건축주도 믿을 만하고, 매물 자체가 안전해요."
부동산 전문가가 여러 번 확인했다는 말에 이 씨는 마음을 놓았다. 부모님께도 "부동산 사장님이 꼼꼼히 봐주셨다"며 안심시켰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보증금 2억 3천만 원을 송금했다. 첫 독립 생활은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 보였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걸려온 낯선 통보
문제는 계약 만료 두 달 전 시작됐다.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통보였다.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보니 계약 당시와 다른 낯선 이름이 소유자로 올라 있었다. 새 임대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처음 계약했던 중개사무소를 찾아갔지만, 사무실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함께 입주한 다른 세입자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연락이 닿으며 비로소 전체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계약 당시 소유주였던 임대인은 애초부터 자력이 없는 명목상 임대인이었고, 계약 성사 직후 곧바로 다음 명의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동시진행' 구조가 반복되고 있었다. 보증금을 돌려줄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없었다.
믿었던 전문가가 사기 조직의 일원이었다
수사 결과는 더 참담했다. 매물을 소개한 공인중개사는 단순 중개인이 아니었다. 건축주, 분양 브로커, 다수의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애초부터 한 조직으로 얽혀 있었다.
건축주는 실제 분양가보다 오히려 높은 금액으로 전세보증금을 책정했고, 분양 브로커는 부동산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을 골라 모집했다.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은 이 매물을 정상 매물처럼 소개하며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대가로 받은 리베이트는 법정 중개수수료의 10~15배, 건당 최대 6,000만 원에 달했다.
계약 시점의 깨끗한 등기부등본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 계약 직후 소유권이 자력 없는 명의자로 넘어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22명이 총 52억 원을 잃었다. 이 씨의 2억 3천만 원도 그중 하나였다.
"중개사무소를 통했으니까 당연히 안전한 줄 알았어요. 전문가가 확인했다니 의심할 이유가 없었죠. 그게 가장 뼈아픈 부분이에요."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전문가를 통하면 안전하다'는 통념을 무너뜨린 사례다. 핵심 수법을 정리했다.
- 매물 세팅: 건축주가 분양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전세보증금을 책정해 깡통전세 구조를 만든다.
- 조직적 모집: 분양 브로커가 부동산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대학생을 표적으로 유인한다.
- 중개사의 공모: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정상 매물처럼 소개하며 신뢰를 준다.
- 거액 리베이트: 법정 수수료의 10~15배를 받고 계약을 적극 성사시킨다.
- 동시진행 수법: 계약 직후 자력 없는 명의자에게 소유권을 즉시 이전해 등기부등본만으로 위험을 알기 어렵게 한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중개사 설명만 믿지 말고, 등기부등본을 계약일과 잔금일 두 차례 직접 열람하세요.
- [ ] 계약 이후에도 소유권 변동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세요.
- [ ] 전세보증금이 시세나 실제 분양가보다 높다면 반드시 의심하세요.
- [ ]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를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직접 조회하세요.
- [ ]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하세요.
- [ ] 계약 즉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확보하세요.
- [ ] '전문가가 확인했다'는 말은 참고일 뿐, 최종 확인은 본인이 직접 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전세 사기가 의심되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지체 없이 다음 절차를 진행하세요.
-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이사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려면 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에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신고하세요.
-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 전세사기피해자 지원관리시스템(jeonse.kgeop.go.kr)에서 신청하세요.
- 법률 상담: 대한법률구조공단(132), 전세사기 피해지원 콜센터(1670-5878)를 이용하세요.
이 사연은 실제 수사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