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권한 투자 설명회
최영순 씨(가명, 63세)는 수원에서 오래 식당을 운영하다 몇 해 전 가게를 정리하고 조용히 지내던 참이었다. 어느 날 계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이웃이 솔깃한 이야기를 꺼냈다.
"코인 투자 설명회가 있다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강사분이 보통 사람이 아니래요."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따라나선 자리였다. 지역 상가 회의실에 마련된 세미나장에는 최 씨 또래의 어르신 스무 명 남짓이 모여 있었다.
신뢰를 얻은 강사
강단에 선 남성은 자신을 소개하며 경찰관 신분을 내세웠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이라니 사기는 아니겠지"라는 안도의 말이 오갔다. 그는 2017년부터 이런 자리를 전국 곳곳에서 열어왔다고 했다. 서울, 수원, 경북 구미, 전북 전주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투자자를 모았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채굴했다는 코인입니다. 조만간 신규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지금 들어오시면 큰돈을 버실 수 있습니다."
그는 화면에 그래프와 지갑 잔액을 띄워 보여줬다. 코인 채굴 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경찰관이라는 신분이 참석자들의 의심을 대신 걷어가 주는 듯했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최 씨는 처음엔 소액만 넣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미나에 몇 번 더 참석하면서, 이미 투자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곧 상장되면 큰돈 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최 씨도 결국 아껴 모은 생활비를 나눠 넣었다.
손에 쥔 것은 실물 코인이 아니라, 지갑 속 숫자와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말뿐이었다.
상장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코인은 어떤 거래소에도 오르지 않았다. 문의할 때마다 "곧입니다", "심사 중입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연락이 뜸해지고, 세미나도 더는 열리지 않았다.
그제야 최 씨는 함께 투자했던 이웃들과 속내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들 비슷한 불안을 안고 있었다. 2024년 5월, 참다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 먼저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르며 수사가 확대됐다.
강사는 현직 경찰관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최 씨를 다시 한번 얼어붙게 했다. 세미나를 이끌던 그 남성은 실제로 수원의 한 경찰서에 소속된 현직 경위였다. 세미나를 열던 당시 그는 휴직 상태였지만,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 경위를 포함해 총책 등 1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7명, 피해액은 총 27억원에 달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
해당 경위는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그가 범행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총책 등 다른 피의자들과 어떻게 공모했는지는 경찰이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범죄 수익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사건은 이르면 10월 초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최 씨는 지금도 그날 세미나장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경찰이라는데 설마 사기겠어."
그 믿음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신분이 아니라 등록 여부를 확인하세요
경찰관이든 공무원이든, 특정 신분이 그 사람이 권유하는 투자 상품을 보증해주지 않는다. 투자 권유를 받았다면 상대의 직업이 아니라, 해당 코인과 사업체가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자체 채굴", "곧 상장"이라는 말은 코인 사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다. 실제 상장 여부는 세미나장의 설명이 아니라, 거래소 공지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