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대신 코인 지갑을 택한 이유
최현우 씨(가명, 42세)는 서울에서 작은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몇 년째 은행 예금 금리가 성에 차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2022년 초, 지인이 알려준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델리오'를 접했다.
"연 5~8%대 확정 이자를 코인으로 준다더라고요. 게다가 정식으로 신고된 업체라던데요."
금융당국에 정식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까지 마쳤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다. 최 씨는 "이 정도면 은행 예금 대신 믿고 맡겨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차곡차곡 불어난 신뢰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했다.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일부를 예치하자, 약속대로 매달 이자가 코인으로 들어왔다. 몇 달간 문제없이 이자가 지급되자 최 씨는 점점 더 많은 코인을 맡겼다.
주변에서도 "정식 신고 업체인데 무슨 걱정이냐"는 말이 오갔다. 실제로 델리오는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까지 공개하며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최 씨는 그 보고서를 믿고 예치금을 계속 늘렸다.
예고 없이 막힌 출금
2023년 6월 14일, 아무런 사전 공지도 없이 출금이 전면 중단됐다. "일시적인 시스템 점검"이라는 안내만 반복됐다. 최 씨는 처음엔 단순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은 정지됐고, 회사 측의 설명은 계속 바뀌었다. 인터넷에는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는 2024년 11월 파산했다. 최 씨가 맡긴 코인은 돌려받지 못했다.
실사보고서는 조작되어 있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델리오는 실제 보유량보다 476억 원 상당 많은 코인을 보유한 것처럼 실사보고서를 허위로 꾸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자격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이 맡긴 코인은 외부 업체에 담보도 없이 위탁 운용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과 해킹으로 인한 코인 소실은 고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계속 은폐돼왔다. 최 씨가 믿었던 "정식 신고", "실사보고서"는 모두 껍데기에 불과했다.
오늘, 1심 선고
2026년 8월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델리오 정상호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 구형(징역 20년)보다는 낮은 형량이었다.
재판부는 서버 압수수색 절차에 위법이 있었다며 해당 증거는 배제했지만, 검찰이 예비적으로 제기한 사기 공소사실은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책임을 외부 업체에 전가하려 했다"는 점을 양형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사기 혐의로 입증한 편취액은 약 700억 원(피해자 약 1,100명)이었다. 다만 델리오 사태 전체 피해 규모는 약 2,5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최 씨를 포함한 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코인을 돌려받지 못한 채 파산 절차 속에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 정식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신뢰의 근거로 내세워 안정성을 과장한다.
- 회계법인 실사보고서를 조작해 보유 자산을 부풀린 뒤 신고 자격을 취득한다.
- "확정 이자"를 내세워 손실 위험이 없는 것처럼 홍보한다.
- 고객 자산을 담보 없이 외부에 위탁 운용하면서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 운용 손실과 해킹 피해를 은폐하다 예고 없이 전면 출금을 중단한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정식 사업자 신고는 최소한의 법적 요건일 뿐,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 "확정 이자", "고이율 보장"을 내세우는 예치 상품은 그 자체로 위험 신호입니다
- 실사보고서나 공시자료는 업체가 직접 제공한 것일 수 있어 맹신은 금물입니다. 가능하면 독립된 정보로 교차 확인하세요
- 코인을 한 플랫폼에 몰아서 예치하지 말고 분산 보관하세요
- 예치 상품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 출금 지연이나 시스템 점검 공지가 반복되면 즉시 잔여 자산 회수를 시도하세요
- 커스터디(예치) 서비스는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 경찰 신고: 112 또는 사이버수사대
- 파산·회생 절차 확인: 법원 공고 및 채권자 목록 등록 여부 확인
- 증거 보존: 예치 내역, 약관, 공지사항, 송금 기록 캡처 보관
- 피해자 모임·법률 지원: 유사 피해자들과 공동 대응 방안 모색
이 사연은 실제 보도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개인 피해자는 가명이며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델리오 및 관련 인물에 대한 사실관계는 공개된 형사판결 보도 내용을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