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모임에서 만난 다정한 사람들
박미경 씨(가명, 54세)는 몇 해 전 정년퇴직한 뒤 시간을 뜻있게 보내고 싶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우연히 '브릴리언스팀'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스스로를 해외 투자사가 국내에 세운 ESG 기업 또는 비영리 봉사단체라고 소개하는 이곳은, 독거노인 반찬 나눔, 연탄 배달 같은 활동 사진을 SNS에 꾸준히 올렸다.
"해외 투자사가 만든 단체라니, 이런 곳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몇 차례 모임에 나가 함께 봉사하며 회원들과 친해졌다. 다들 친절했고 서로의 안부를 살뜰히 챙겼다. 박 씨는 어느새 이 모임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봉사로 만난 사이니까 특별히"
몇 달째 함께 봉사를 다니던 어느 날, 친해진 회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체 개발한 'AIXT'라는 코인이 있는데, 곧 해외 대형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고 초기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봉사로 만난 사이니까 특별히 알려드리는 거예요. 상장만 되면 1000% 넘는 수익도 가능하대요."
박 씨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포털에 '브릴리언스팀'을 검색해보니 관련 기사가 여러 건 나왔다. 서울 강서구의 한 복지시설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단체라는 내용이었다.
검색해도, 기사를 봐도 의심할 수 없었다
박 씨는 그 기사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실제 언론사 이름이었고 문체도 여느 지역 뉴스와 다르지 않았다.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조직은 2025년 2월부터 실제 봉사단체에 금전을 지급하고 '브릴리언스팀'이라 적힌 조끼를 입혀 봉사 현장 사진을 찍게 한 뒤, 이를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뿌렸다. 몇몇 온라인 매체는 사실 확인 없이 이를 그대로 기사화했다.
"뉴스에도 여러 번 나온 단체인데 설마 사기겠어."
이렇게 쌓인 '진짜' 기사들 때문에 AI에게 '브릴리언스팀'을 검색해도 마치 잘 알려진 정상 봉사단체인 것처럼 답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른바 '데이터 포이즈닝'이었다. 박 씨는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했다. 이 조직은 초기 3개월 동안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수익금을 지급해 정상적인 수익이 나는 것처럼 꾸몄고, 몇 주 뒤 박 씨의 앱 화면에도 진짜 수익이 찍혔다.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퇴직금 일부를 헐어 추가로 투자했고, 함께 봉사하던 지인들에게도 이 '좋은 정보'를 전했다.
커지는 투자, 멈춰버린 출금
2026년 봄, 박 씨는 수익금을 출금해보려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해외 거래소 상장 절차 중", "세금 처리를 위한 추가 입금 필요" 같은 말뿐이었다. AIXT는 앞서 2025년 11월 이름도 낯선 해외 소규모 부실 거래소에 잠깐 상장됐다가 몇 주 만에 상장폐지된 뒤였다. 약속했던 대형 거래소 상장은 상장 절차를 밟은 적조차 없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곧 정상화됩니다."
몇 주가 더 지나자 단체 SNS 계정도, 담당자 연락처도 모두 사라졌다. 박 씨가 투자한 코인은 자체 앱 안에서만 거래되던, 애초에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이른바 '깡통코인'이었다. 그가 잃은 돈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목돈이었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전모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2026년 7월 24일, '브릴리언스팀'을 앞세워 이런 방식으로 돈을 가로챈 일당을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총책인 중국 국적 50대 남성 김 모씨와 한국인 조직원 6명 등 모두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이 조직은 2024년 1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활동했다. 스스로를 '해외 투자사가 국내에 설립한 ESG 기업 또는 비영리 봉사단체'라고 소개했고, 2025년 2월부터는 실제 봉사단체에 금전을 지급해 서울 강서구의 한 복지시설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찍은 봉사 사진을 확보한 뒤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검증 없이 받아 쓴 기사들이 쌓이면서 AI 검색 결과에서도 정상 단체처럼 보이는 '데이터 포이즈닝' 효과가 만들어졌다.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SNS에서 도용한 여성 사진으로 접근해 최대 1년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하는 로맨스 스캠 방식도 함께 사용됐다.
조직은 전국에 11개 지부를 세우고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구조까지 갖췄다. 자체 발행한 코인 'AIXT'는 "해외 대형 거래소 상장 예정", "1000%대 수익률"을 내세웠고, 초기 3개월 동안은 실제 수익금을 지급해 정상적인 투자처럼 보이게 했다. 그 재원은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돈이었다. 전형적인 폰지사기 구조다. 공식 확인된 피해자는 436명, 피해액은 약 409억 원에 달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실제 AIXT 투자자가 최대 8,000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수천억 원대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씨처럼 봉사단체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믿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 ESG·봉사단체 사칭으로 신뢰 구축: 해외 투자사가 세운 것처럼 자칭하고, 실제 자선단체에 돈을 주고 봉사 사진을 확보해 정상 단체처럼 보이도록 꾸민다.
- 언론 보도와 AI 검색 결과까지 악용: 확보한 사진을 보도자료로 배포해 검증 없는 보도를 유도하고, AI 검색에서도 신뢰할 만한 단체처럼 보이는 '데이터 포이즈닝' 효과를 노린다.
- 지인 추천 형식의 투자 권유: "봉사로 만난 사이니까 특별히"라며 은밀하게 코인 투자를 소개한다.
- 장기간 공들이는 로맨스 스캠: SNS에서 도용한 여성 사진으로 접근해 최대 1년간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하기도 한다.
- 초기 실제 수익 지급으로 신뢰 구축(폰지): 첫 3개월간은 실제로 수익금을 지급해 정상 투자처럼 믿게 만든다. 그 돈은 수익이 아니라 뒤에 들어온 신규 투자자의 원금이다.
- 무가치한 자체 코인과 과장된 홍보: "해외 거래소 상장 예정", "1000%대 수익률"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체 앱에서만 거래되는 가치 없는 코인이다.
- 다단계 하위모집 구조: 전국 지부를 세우고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키운다.
- 출금 단계에서 추가 입금 요구: 세금,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송금을 요구하다 잠적한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봉사단체나 친목 모임에서 투자를 권유받으면 일단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 [ ] "해외 대형 거래소 상장 예정", "1000%대 수익률" 같은 문구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신호입니다
- [ ] AI 챗봇이나 검색 결과가 좋은 평판을 보여준다고 곧바로 신뢰하지 마세요. 검증되지 않은 보도자료가 쌓이면 AI 답변까지 왜곡되는 '데이터 포이즈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 ] SNS에서 수개월~1년씩 공들여 친밀감을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하는 상대는 로맨스 스캠을 의심하세요
- [ ] 초반에 실제로 지급되는 수익금도 더 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폰지사기 미끼일 수 있습니다
- [ ]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당을 준다"는 다단계 구조 자체가 위험 신호입니다
- [ ] 출금 단계에서 세금, 수수료 등 추가 입금을 요구하면 100% 사기입니다
- [ ] 가족이나 제3자에게 투자 권유 내용을 미리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 증거 보존: 대화 내용, 입금 내역, 홍보 자료, 기사 링크(캡처) 확보
- 계좌 지급정지 요청: 송금한 은행에 즉시 연락
- 피해자 모임 확인: 유사 피해자들과 함께 대응하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연은 실제 보도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가명을 사용한 가상의 인물이며, 조직·수법·피해 규모 등 사실관계는 공개된 검찰·경찰 수사 발표 및 언론 보도를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