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비로도 벅찼던 스물넷
정민준 씨(가명, 24세)는 3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지만, 매달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선배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전세계약서에 이름만 한 번 올려주면 돼. 실제로 살 필요도 없고, 사례금으로 100만원 줄게."
선배는 지인이 하는 부동산 관련 일이라고 했다. 정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서류 한 장인데 뭐"
며칠 뒤, 정 씨는 낯선 사무실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다세대주택의 방 하나를 가리키며 전세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계약서에는 정 씨가 그 집에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정 씨는 실제로 그 집을 본 적도, 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서류일 뿐"이라는 말에 별생각 없이 서명했다. 신분증 사본을 건네고, 자신의 명의로 은행에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는 절차에도 순순히 응했다.
대출 신청은 비대면으로 순식간에 끝났다. 며칠 뒤 정 씨의 계좌로 사례금 100만원이 입금됐다. 대출금은 곧바로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 정 씨는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걸려온 경찰의 전화
몇 달 뒤, 정 씨에게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자신의 이름으로 실행된 전세자금대출이 조직적 사기 사건의 일부로 수사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민준 씨 명의로 전세계약서와 대출 서류가 제출됐습니다. 실제 거주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정 씨는 당황했다. 자신은 그저 이름을 빌려줬을 뿐, 사기를 칠 생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단호했다. 은행에 제출한 전세계약서와 대출 신청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이상, 정 씨 역시 사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100만원의 대가
경찰 조사 결과, 정 씨가 명의를 올린 다세대주택은 시행사 대표와 공인중개사 등이 짜놓은 조직적 사기의 일부였다. 이들은 정 씨처럼 형편이 어려운 사회초년생들에게 접근해 "이름만 빌려주면 사례금을 주겠다"며 허위 임차인으로 세웠다. 이렇게 실행된 전세자금대출금은 고스란히 조직의 손으로 넘어갔다.
정 씨는 받은 사례금 100만원 때문에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자신의 명의로 실행된 대출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으면 향후 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얻은 건 100만원, 짊어져야 할 위험은 그보다 훨씬 컸다.
뒤늦게 드러난 또 다른 피해자들
더 무거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정 씨의 이름으로 대출이 실행된 뒤, 같은 방에는 실제로 살 사람을 구하는 진짜 전세계약이 또 한 번 체결됐다. 그 집에 실제로 들어와 산 세입자는 나중에야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씨가 별생각 없이 빌려준 이름 하나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전 재산을 위태롭게 만든 것이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핵심 수법을 정리했다.
- 취약계층 겨냥: 형편이 어려운 사회초년생에게 접근
- 명의 대여 유혹: "이름만 빌려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제안
- 허위 임차인 등록: 실거주 의사 없는 전세계약서에 명의만 올림
- 대출금 편취: 명의자 이름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조직이 가로챔
- 2차 피해 양산: 같은 집에 실제 세입자를 다시 들여 보증금 편취 반복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는 제안은 그 자체로 범죄에 연루될 신호입니다.
- [ ] 전세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 [ ] 본인 명의로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는 서류에는 절대 함부로 서명하지 마세요.
- [ ] 사례금이 소액이라도 명의를 빌려주면 사기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 ] 실제 거주할 집이 아니라면 어떤 명목으로도 전세계약 당사자가 되지 마세요.
- [ ] "나중에 다 정리해준다"는 지인·선배의 말은 근거 없는 안심일 뿐입니다.
- [ ] 이미 명의를 빌려줬다면 즉시 경찰과 은행에 알리고 법률 상담을 받으세요.
이미 명의를 빌려줬다면
명의 대여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다음 절차를 진행하세요.
- 경찰 신고: 가까운 경찰서에 자진 신고하면 정상참작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은행 확인: 자신의 명의로 실행된 대출 현황을 즉시 확인하세요.
- 법률 상담: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신용정보 점검: 본인 명의 대출·연체 정보를 신용정보원에서 확인하세요.
이 사연은 실제 수사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등장인물은 가명이며, 실제 사건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