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리던 여름휴가
30대 초반 직장인 이민준 씨(가명, 32세)는 8월 첫째 주로 강원도 리조트를 예약해 두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가는 첫 여름휴가였다. 두 달 전 예약 사이트에서 결제까지 마쳤고, 남은 건 체크인 날짜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휴가를 일주일 앞둔 어느 오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리조트] 예약자님, 결제 승인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예약 취소를 막으려면 아래 링크에서 재확인 부탁드립니다."
문자에는 이 씨가 실제로 예약한 리조트 이름과 체크인 날짜, 객실 타입까지 정확히 적혀 있었다.
의심할 틈이 없었던 이유
이 씨는 잠시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예약한 정보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팸 문자였다면 이렇게까지 세세한 정보를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숙소 이름도 맞고, 날짜도 맞고... 진짜 결제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어요."
링크를 누르자 실제 예약 사이트와 똑같이 생긴 결제 화면이 떴다. 로고와 디자인, 심지어 예약 내역 요약 화면까지 원래 사이트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 번호를 입력했다.
곧이어 걸려온 "고객지원팀" 전화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는 자신을 예약 플랫폼 고객지원팀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방금 결제 시도가 확인됐습니다. 정상적인 본인 결제인지 확인이 필요해서요. 휴대폰으로 인증번호가 발송될 텐데, 불러주시면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씨의 휴대폰에는 실제로 문자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6자리 숫자였다. 결제 확인 절차라고 생각한 이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 번호를 그대로 불러줬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빠르게 확인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달아 온 해외 승인 문자
그런데 몇 분 뒤, 카드사에서 문자가 연달아 도착했다. 해외 가맹점에서의 승인 문자였다. 낯선 나라 이름과 함께 결제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 씨는 그제야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화로 불러준 번호가 결제 확인용 인증번호가 아니라, 자신의 카드로 해외 결제를 승인하는 열쇠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급히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해 카드를 정지시켰지만, 이미 여러 건의 해외 결제가 처리된 뒤였다. 피해액은 350만 원에 달했다.
여름휴가 대신 남은 것
이 씨는 카드사에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부 금액은 카드사 조사를 거쳐 환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조트 체크인을 앞둔 설렘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낯선 나라 이름이 찍힌 결제 문자와 며칠간의 조사 절차만 남았다.
이 씨는 말했다.
"예약 정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니까 의심할 생각조차 못 했어요. 인증번호를 불러달라는 말에 왜 아무 의심이 없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여름 휴가철마다 반복되는 이런 사기는 이제 특정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니다. 예약 플랫폼에서 유출된 진짜 정보가 사기의 재료로 쓰이는 만큼, 문자 속 링크와 전화 한 통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