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팔로워 신청 한 통
올해 38세인 박○○ 씨는 중소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렸다는 자책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인스타그램 팔로워 신청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프로필 사진 속 상대방은 단정한 외모의 30대 초반 남성으로, 자신을 '싱가포르 거주 금융 컨설턴트 James'라고 소개했습니다. 팔로워 수 2,000여 명에 여행 사진과 세미나 사진이 가득한 그의 피드는 진짜처럼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분이신가요? 저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요."
짧은 한국어로 먼저 말을 건 James에게, 박 씨는 별 생각 없이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6개월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점점 깊어지는 감정의 함정
James는 매일 아침 안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며 박 씨가 좋아하는 메뉴를 기억해 물어봤고, 주말에는 화상통화도 했습니다. 화면 속 James는 실제로 움직이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상통화까지 하니까 진짜 사람이라는 걸 의심할 수가 없었어요. 목소리도 자연스러웠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화상통화는 AI 딥페이크 기술로 실시간 합성된 영상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범죄 조직의 '채터(chatter)' 팀원이 뒤에서 대화를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자 James는 자신이 '특별한 암호화폐 투자 정보'를 얻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나만 알려주는 거야. 내가 아는 거래소가 있는데, 수익률이 정말 좋아. 소액만 해봐. 믿을 수 있게."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James는 압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괜찮아, 서두를 필요 없어. 우리가 중요한 거잖아"라고 물러섰습니다. 박 씨는 그 반응에 오히려 신뢰가 쌓였습니다.
소액 성공, 그리고 거액 투자의 함정
한 달 뒤, 박 씨는 스스로 먼저 투자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James가 알려준 거래소 앱을 다운받고, 처음에는 5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2주 만에 화면에 표시된 수익은 18만원. 출금을 해보니 실제로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완전히 믿게 됐어요. 돈도 나오고, 제임스도 진심인 것 같고..."
이후 박 씨는 5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으로 투자금을 늘려갔습니다. 앱 화면에는 투자 수익이 계속 쌓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날은 수익 인증 화면을 James가 먼저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총 4,800만원을 입금한 뒤 출금을 시도했을 때 발생했습니다.
'출금을 위해 세금 300만원을 선납하셔야 합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James에게 물었더니 "나도 그랬어, 세금 내면 다 나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그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진실
박 씨는 거래소 앱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불법 금융업 조회 페이지에서 해당 앱이 미등록 불법 업체로 등재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James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구글 이미지 역검색해 보니, 그 사진은 실제 싱가포르 IT 업계 종사자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었습니다. 화상통화에서 봤던 얼굴도 딥페이크로 합성된 것이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금융감독원에도 알렸지만, 범죄 조직은 이미 해외로 자금을 이전한 상태였습니다. 6개월간 쌓아온 감정과 4,800만원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분하고 창피했어요. 근데 저 혼자 당한 게 아니더라고요.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 본 사람들이 수십 명이었어요."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박 씨를 속인 범죄 조직의 핵심 수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딥페이크 화상통화: AI 기술로 실시간 얼굴 합성, 실제 사람처럼 영상통화 진행
- 장기 신뢰 구축: 3~6개월에 걸쳐 감정적 유대감 형성 후 투자 권유
- 소액 출금 성공 유인: 초기 소액 투자 후 실제 출금 성공시켜 신뢰 강화
- 가짜 거래소 앱: 수익이 쌓이는 것처럼 보이는 조작된 앱 사용
- 선납 세금 요구: 출금 시 '세금 선납' 명목으로 추가 금액 편취 시도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SNS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투자를 권유하면 100% 의심하세요
- [ ] 영상통화를 했다고 해서 실존 인물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딥페이크 주의)
- [ ]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을 구글 이미지 역검색으로 확인하세요
- [ ] 금융감독원(1332) 또는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거래소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 [ ] '원금 보장', '고수익 보장' 투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 [ ] 출금 시 세금이나 수수료를 추가 납부하라는 요구는 사기의 신호입니다
- [ ] 온라인으로만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금전을 송금하지 마세요
- [ ]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주변에 상의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로맨스 스캠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아래 절차를 밟으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대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불법 금융업체 신고)
- 계좌 지급정지 요청: 은행 고객센터 즉시 연락
- 증거 보존: 대화 내역, 거래 내역, 입금 화면 캡처 보관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 118 (사이버 사기 신고)
이 사연은 2026년 국내에서 실제로 발생한 딥페이크 로맨스스캠 피해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