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피드에 뜬 익숙한 얼굴
박○○ 씨(가명, 43세)는 여느 때처럼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SNS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피드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평소 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방송인이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웃으며 속옷 브랜드 하나를 소개했다. "요즘 저는 이 제품만 입어요. 편하고 라인도 예뻐서 강력 추천합니다." 말투도, 표정도, 평소 방송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박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영상 아래 걸린 링크를 눌렀다. 상품 페이지에는 그 방송인의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었고, 할인가로 표시된 가격은 3만 원대였다.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박 씨는 망설임 없이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의심할 틈이 없었던 이유
박 씨가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영상 속 입모양과 목소리가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평소 즐겨 보던 방송에서 들었던 말투, 웃음소리까지 그대로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직접 나와서 말하는데 어떻게 의심하나요." 박 씨는 훗날 이렇게 털어놨다. 광고에 유명인이 직접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는 이미 완성돼 있었다. 결제 페이지 곳곳에 낯선 외국어 표기가 섞여 있었지만, 그마저도 "해외 배송이라 그런가 보다"라고 넘겼다.
"제가 찍은 광고가 아닙니다" 뒤늦게 알게 된 진실
결제 후 열흘이 지나도록 상품은 오지 않았다. 배송 조회를 눌러도 "해외에서 통관 대기 중"이라는 안내만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박 씨는 우연히 뉴스 기사를 보게 됐다.
기사에는 그 방송인 본인이 SNS에 올린 글이 인용돼 있었다.
"제가 찍은 광고가 아닙니다. 절대 저 링크로 들어가서 구입하면 안 됩니다."
박 씨는 그제야 자신이 결제한 상품 페이지를 다시 열어봤다. 영상은 감쪽같았지만 AI로 합성된 가짜였다. 얼굴도, 목소리도, 심지어 특유의 손짓까지 실제 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보도된 비슷한 사례
비슷한 일은 실제로도 벌어졌다. 방송인 A씨의 얼굴을 AI로 합성해 마치 본인이 속옷과 식품을 직접 광고하는 것처럼 꾸민 영상이 2026년 6월 SNS에 유포됐다. 링크를 누르면 중국산 제품 판매 페이지로 연결됐다.
A씨는 본인의 SNS를 통해 "제가 찍은 광고가 아니다"라며 "절대 저 링크로 들어가서 구입하면 안 된다"고 직접 알렸다. 하지만 경고가 퍼지기 전, 평소 A씨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던 동료 방송인 B씨마저 이 가짜 광고에 속아 실제로 제품을 주문했다.
B씨는 "이틀 전에 언니가 얇은 브라 끈인 상품을 소개하길래 너무 좋아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게 AI라더라. 중국 제품인데 영상은 그냥 언니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혹해서 사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 내가 AI한테 속은 거다. 앞으로는 어떻게 믿고 사야 하냐"고 토로했다.
2026년 8월 28일, A씨는 또다시 피해를 호소했다. 이번엔 자신과 닮은 인물이 식품을 홍보하는 영상이었다. A씨는 "AI로 만들어서 마치 제가 광고하는 것처럼 링크를 걸어 판매하고 있다"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국내업체는 아닌 듯하고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A씨 자녀의 어린 시절 사진까지 무단으로 광고에 도용되기도 했다.
이런 사기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보안업체 맥아피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딥페이크로 가장 많이 도용된 유명인으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꼽았다. 국내에서도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해 소액 투자로 고수익을 약속하는 가짜 투자 광고, 경제 전문가의 얼굴을 도용한 투자 리딩방 광고도 함께 유포되고 있다.
법적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2026년 8월 26일 김성원 의원은 유명인의 얼굴·음성을 AI로 합성·변형한 콘텐츠까지 부정경쟁행위로 규율하는 '디지털 레플리카' 규제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현행법은 유명인의 성명·초상·음성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만 규제 대상으로 삼아, AI로 재현·합성한 콘텐츠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개정안은 사망한 유명인에 대해서도 사망일로부터 30년간 초상·음성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환불도, 법적 대응도 쉽지 않았다
박 씨는 결제한 카드사에 문의했지만, 판매자가 해외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만 들었다. 상품 페이지에 적힌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다.
더 불안한 건 따로 있었다. 결제 과정에서 입력한 이름과 주소, 카드 정보가 어느 서버로 전송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물건을 못 받은 것보다, 내 개인정보가 어디로 넘어갔는지 모른다는 게 더 무섭다." 박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 얼굴·목소리 합성: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실제 광고처럼 제작
- SNS 유포: 스폰서 광고나 공유 게시물 형태로 SNS 피드에 노출
- 가짜 연결: 클릭 시 공식 판매처가 아닌 해외 쇼핑몰로 연결
- 신뢰 도용: 유명인이 실제 사용·추천하는 것처럼 포장해 의심을 차단
- 정보 유출: 결제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카드정보가 국외 서버로 전송
- 반복 재유포: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경고해도 두 달 뒤 다른 상품 광고로 형태만 바꿔 다시 등장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SNS 광고 속 유명인 추천은 본인 공식 SNS·소속사·브랜드 공식몰에서 먼저 확인
- [ ] 판매자의 사업자등록번호와 국내 고객센터 유무 확인
- [ ]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파격적인 할인 문구는 일단 의심
- [ ] 결제창 도메인 주소와 정식 결제 수단 여부 확인
- [ ] 유명인 본인이 SNS에 올린 경고 게시물이 있는지 검색
- [ ] 해외 쇼핑몰은 리뷰·후기와 사업자 정보를 함께 확인
- [ ] 이미 결제했다면 상품 수령 전이라도 카드사에 즉시 문의
피해를 당했다면
- 카드사 고객센터에 차지백(Chargeback) 서비스를 즉시 신청하세요
-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하세요
- 해외 구매 피해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crossborder.kca.go.kr)에서 안내받으세요
- 불법·유해 광고 게시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1377)에 신고하세요
- 사기가 의심되면 경찰청 112 또는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 금융감독원 1332(fine.fss.or.kr)로 신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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