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가 급했던 평범한 가장
올해 48세인 박○○ 씨는 중견 제조업체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온 베테랑 직장인입니다.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과 다가오는 은퇴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월급만으로는 빠듯한 살림에 재테크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2026년 1월 어느 저녁, 인스타그램을 보던 박 씨에게 낯선 계정에서 DM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I 기반 가상자산 투자 시범 테스트에 참여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소수 인원만 모집 중이며, 참여하시면 원금의 13배 수익을 보장해드립니다. 관심 있으시면 답장 주세요."
프로필을 보니 팔로워가 수만 명이었고, 해외 유명 거래소 직원처럼 보이는 사진과 경력이 적혀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무시했겠지만, 최근 뉴스에서 AI와 가상자산이 연일 화제였던 터라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무료 테스트라는데 한번 알아보기만 하자." 박 씨는 가볍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눈앞에서 불어나는 숫자의 마법
상대방은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습니다. 자신을 글로벌 AI 투자 플랫폼의 한국 담당자라고 소개하며, 전용 거래소 앱 설치 링크를 보내왔습니다.
"저희 플랫폼은 AI가 실시간으로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잡아줍니다. 지금 시범 운영 기간이라 수수료도 무료예요."
링크를 누르자 해외 유명 거래소와 거의 똑같이 생긴 앱이 설치되었습니다. 차트, 호가창, 주문 화면까지 정교했고, 실시간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앱스토어가 아닌 별도 링크로 설치한 것이 찝찝했지만, 화면이 너무나 그럴듯해서 의심이 풀렸습니다.
박 씨는 처음에 1,00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는 개인 명의였지만, "글로벌 기업이라 한국 법인 계좌 개설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에 넘어갔습니다.
이틀 후 앱을 열어보니 잔고가 1,35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AI가 자동으로 매매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진짜 35%나 올랐네?"
일주일 뒤에는 3,000만원을 추가 입금했습니다. 잔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5,800만원이 되었습니다. 담당자는 매일 카카오톡으로 수익 현황을 보내주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박 선생님, 지금 AI 분석 결과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오를 신호가 포착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크게 넣으시면 연말에 아파트 한 채 값은 충분히 벌 수 있어요."
박 씨는 적금을 해지하고 퇴직연금 일부까지 인출해서 총 1억원을 입금했습니다. 4차례에 걸쳐 매번 다른 이름의 계좌로 송금했지만, "보안상 분산 입금이 필요하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앱 화면의 잔고는 77억 5,000만원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1억 원이 77배가 된 것입니다. 박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출금 버튼을 누른 순간 드러난 진실
"이제 좀 빼서 써야겠다." 박 씨는 5억원을 출금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앱에서 팝업이 떴습니다.
"출금을 위해 수익금에 대한 원천징수 세금 22%와 플랫폼 보증금을 선납해주셔야 합니다. 총 1억 2,000만원을 아래 계좌로 입금해주세요."
"출금하려는데 왜 돈을 더 넣으라는 거지?"
하지만 77억이라는 숫자에 눈이 멀어 있던 박 씨는 1억 2,000만원 정도는 금방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 몰래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5억 5,7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보낸 후에도 출금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해외 송금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다음에는 "계정 인증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넷에 거래소 이름을 검색하자,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가짜 거래소... AI 투자 사기... 출금 시 세금 선납 요구..."
전부 자신이 겪은 것과 똑같았습니다. 화면 속 77억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숫자였습니다. 가짜 거래소의 서버에서 임의로 조작한 허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총 피해액 6억 5,700만원. 20년간 모은 노후 자금이 두 달 만에 증발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박 씨를 속인 사기범들의 핵심 수법을 정리했습니다.
1. SNS DM으로 접근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을 통해 "AI 투자", "코인 시범 테스트", "13배 수익 보장" 같은 미끼를 던집니다. 프로필은 팔로워 수만 명의 전문가처럼 꾸며져 있지만 모두 가짜입니다.
2. 정교한 가짜 거래소 앱
실제 해외 거래소와 거의 동일하게 복제한 앱이나 웹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실시간 차트, 호가창까지 구현되어 있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앱스토어가 아닌 별도 링크로 설치하게 합니다.
3. 화면 속 수익 조작
입금하면 앱 화면에서 잔고가 몇 배, 몇십 배로 불어나는 것처럼 표시합니다. 이 숫자는 사기범이 서버에서 마음대로 조작하는 허수입니다. 실제 거래는 단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4.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 유도
매번 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로 송금을 요구합니다. "글로벌 기업이라 한국 법인 계좌가 없다", "보안상 분산 입금"이라고 둘러댑니다. 정상적인 거래소는 절대 개인 계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5. 출금 시 추가 입금 요구
출금을 시도하면 세금, 수수료, 보증금, 인증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합니다. 한 번 보내면 또 다른 명목이 생기고, 끝없이 돈을 빼앗습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SNS DM으로 온 투자 제안은 무조건 무시하세요 -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인스타그램 DM으로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외 경로로 설치하는 앱은 가짜입니다 - 별도 링크로 설치를 유도하면 100% 사기입니다
- 개인 명의 계좌로 투자금을 보내지 마세요 - 정식 거래소는 반드시 법인 명의 계좌를 사용합니다
- 원금의 13배, 월 수익률 30% 같은 약속은 사기입니다 - 비현실적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출금 전 세금/수수료 선납 요구는 전형적인 사기입니다 - 정상 금융사는 수익에서 공제하지, 별도 입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FIU에 등록된 정식 가상자산사업자만 이용하세요 - 금융감독원 파인(FINE) 사이트에서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shop', '.xyz' 등 생소한 도메인의 거래소는 의심하세요 - 정식 거래소는 검증된 도메인을 사용합니다
- 투자 결정 전 반드시 가족과 상의하세요 - 사기범은 혼자 결정하도록 유도합니다. 24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피해를 당했다면
가짜 거래소 사기를 당했다면, 빠른 신고가 피해 회복의 열쇠입니다.
1. 경찰 신고
- 경찰청 112 또는 사이버수사대 182
-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cyber.go.kr)
2. 금융당국 신고
- 금융감독원 1332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118
3. 계좌 지급정지 신청
- 송금한 계좌의 해당 은행 고객센터에 즉시 연락
- 빠를수록 자금 동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 증거 보존
- 가짜 거래소 앱 화면 캡처 (삭제 전)
- 인스타그램 DM 대화 내역 캡처
- 송금 내역, 계좌번호 기록
- 상대방 프로필 정보 저장
최근 5년간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액은 7조원에 달하지만, 수사기관이 압수하거나 회수한 금액은 고작 0.7%에 불과합니다. 피해를 당한 후 되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화면 속 숫자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SNS를 통한 투자 제안에는 절대 응하지 마세요.
이 사연은 2026년 2월 실제 보도된 가짜 거래소 및 SNS 코인 투자사기 사건들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세부 사항을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