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이어진 SNS 연애
KBS '추적 60분'에서 소개된 60대 박진호(가명) 씨의 사연입니다. 박 씨는 11년 전 이혼한 뒤 아들을 홀로 키워 왔습니다. 6년 전 SNS에서 나이지리아에 거주한다는 '린다'를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린다는 자신을 전쟁을 피해 나이지리아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여성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상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했고, 린다는 박 씨를 남편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린다가 한국에 와서 함께 살 것이라고 믿었고,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까지 준비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송금 요구
린다는 한국에 오기 위한 비자 발급비와 항공료 등이 필요하다며 계속 돈을 요구했습니다. 박 씨는 각종 서류 발급 비용 등을 포함해 6년간 4000만원이 넘는 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린다는 끝내 한국에 오지 않았고, 돈을 요구하는 연락은 계속됐습니다.
의심하면서도 끊지 못한 이유
박 씨는 이를 사기라고 의심하면서도 연락을 끊지 못했습니다. 박 씨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몇 년을 한결같이 난민수용소에서 꺼내 달라고 하니까 '진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곤경에 처한 사람이라면 한국에 오게 도와주고 싶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정과, 혹시 정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의심을 붙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로맨스 스캠은 바로 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의 선의와 외로움을 이용하는 수법의 특성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
취재진은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로맨스 스캠 일당을 만난 적 있는 교민에게 린다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이 교민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린다의 얼굴로 만들어진 계정만 10여 개로 확인됐습니다.
린다가 보낸 서류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왔습니다. 취재진이 외교부에 비자 서류의 진위를 문의한 결과, 린다가 보여준 비자는 이미 사용되지 않는 과거 양식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을 사칭해 발급한 것으로 보이는 증명서도 발견됐습니다.
박 씨는 취재진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로맨스 스캠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현재는 수사 요청 단계이며, 린다의 실체나 배후는 보도된 내용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방송이 짚은 다른 수법
보도에 따르면 방송은 로맨스 스캠 사기범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도 다뤘습니다.
- 현금을 먼저 보내준 뒤 이를 가상화폐로 바꿔 달라고 요청해, 피해자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계좌로 신고당한 일
-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사칭해 접근한 뒤 2차 피해를 유도하는 사례
직접 돈을 보내지 않고 남의 돈을 대신 옮겨 주기만 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늘어나는 로맨스 스캠
문화일보는 10월 9일, AI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여성 사진과 사연을 내건 SNS 계정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일부 중장년 이용자가 나이, 거주지, 직업을 댓글로 공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찰청이 올해 2월 집계한 2024~2025년 로맨스스캠 접수 현황에 따르면 접수 건수는 2024년 1265건에서 2025년 2192건으로 73.3% 늘었고, 피해액은 675억 원에서 1360억 원으로 2.01배 증가했습니다.
이 사연에서 얻을 교훈
- 수년간 만나지 못하는 상대가 번번이 '한국에 오기 위한 비용'을 요구한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멈춰야 합니다.
- 화상 통화나 직접 만남을 계속 피하고 송금 이유만 바뀐다면 로맨스 스캠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 상대가 보내온 사진과 서류는 얼마든지 도용·위조될 수 있습니다.
- 의심이 드는 순간이 신고할 때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낸 돈은 되찾기 어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