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발주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소규모 방재용품 유통업을 운영하는 최○○ 씨(가명, 51세)는 2026년 5월 중순,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소리는 또렷하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성남시청 총무과 조달담당 이△△입니다. 혹시 소화기랑 방재복 납품 가능하신가요?"
최 씨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에 관공서 납품은 꿈같은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사기범은 이미 최 씨 업체의 업종과 취급 품목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공개된 지방계약시스템 발주 이력을 미리 조회한 덕분이었습니다.
진짜처럼 보이는 명함과 공문서
며칠 뒤, 사기범은 카카오톡으로 명함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성남시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명함에는 '총무과 조달담당 이△△', 직통 전화번호와 내선번호까지 깔끔하게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엔 성남시장 직인이 찍힌 구매 요청 공문까지 전송됐습니다.
공문에는 "긴급 재난대비 물자 확보" 명목으로 소화기 30개, 방재복 10벌을 구매해야 하며, 예산 집행 절차상 납품업체가 먼저 물품을 구매한 뒤 시청 창고에 납품하면 즉시 대금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최 씨는 공문의 직인 모양과 공문 번호까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언뜻 보기엔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시청 공문인데... 설마 사기겠어?'
납품 당일, 이상한 낌새
최 씨는 거래처에서 소화기와 방재복을 수배해 총 700만 원을 선지급했습니다. 납품 당일, 사기범이 지정한 창고로 물품을 보내자 사기범은 잠시 후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업무 지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연락이 없자 최 씨는 직접 성남시청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총무과에 이△△이라는 분 계신가요?"
담당자는 잠시 확인 후 답했습니다.
"그런 직원은 없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카카오톡 대화창을 다시 열어보니 발신자 계정은 이미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뒤늦게 깨달은 진실
최 씨는 즉시 경찰서를 찾아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공문서의 직인 크기가 실제 성남시 공문과 미묘하게 달랐다는 점, 공문 번호 형식이 실제 행정 표준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물품이 도착한 창고도 시청 소유가 아닌 임시 대여 창고였습니다.
사기범은 공개된 지방계약시스템에서 최 씨 업체가 과거에 납품 실적이 있는 품목을 미리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수요를 꾸며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송금한 700만 원은 대포통장 여러 개를 거쳐 이미 인출된 상태였습니다.
"관공서 발주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정교하게 속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최 씨는 이후 알아보니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여러 구청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최 씨를 속인 사기범들의 핵심 수법을 정리했습니다.
- 사전 조사 후 접근: 공개된 지방계약시스템·조달청 데이터로 타깃 업체의 납품 이력 파악
- 위조 명함·공문서 발송: 관공서 로고·직인을 그럴듯하게 위조해 카카오톡 전송
- 선납품 구조 악용: 납품업체가 먼저 물품을 구매·납품하면 나중에 대금 지급한다는 허위 약속
- 긴급성 강조: "재난대비 긴급 조달", "오늘 마감" 등으로 확인할 시간 차단
- 계정 삭제 도주: 물품 수령 직후 카카오톡 계정 삭제 및 잠적
- 대포통장 다단계 경유: 피해 금액을 여러 대포통장으로 빠르게 분산·인출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공공기관의 모든 계약은 반드시 공식 나라장터(G2B) 또는 지방계약시스템을 통해 공개 발주됩니다
- [ ] 카카오톡으로 명함·공문서를 받았다면 반드시 해당 기관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세요
- [ ] 공문서의 직인 크기, 공문 번호 형식을 실제 공개된 공문과 비교 확인하세요
- [ ] 납품업체가 먼저 물품을 구매·납품하는 구조는 공공기관 계약 방식이 아닙니다
- [ ] 새로운 거래처와 첫 거래 시 대금은 반드시 후불로 협의하세요
- [ ] "긴급 조달", "오늘 마감" 등의 말로 서두를 때는 반드시 의심하세요
- [ ] 업체가 갑자기 카카오톡을 삭제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즉시 신고하세요
- [ ] 피해 발생 즉시 경찰 신고(112)와 함께 지급한 물품 대금 은행 거래 내역을 보존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증거 자료 지참)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 계좌 지급정지: 송금한 은행 고객센터 즉시 연락
- 서울시 사칭사기 피해 신고센터: 1600-0700 (내선 8번)
- 증거 보존: 카카오톡 대화, 위조 공문, 명함 사진, 통화 내역, 송금 영수증 캡처
이 사연은 2026년 수도권 일대에서 급증한 공무원 사칭 납품 사기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