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떠나보낸 후 찾아온 외로움
올해 82세인 박○○ 씨는 3년 전 50년을 함께한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자녀들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가정을 꾸렸고, 넓은 집에 혼자 남은 박 씨의 하루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이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손자가 설치해준 SNS에 낯선 사람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단정한 양복을 입은 서양인 남성이었고, 자신을 '미국에서 무역업을 하는 제임스'라고 소개했습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국 분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박 씨는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가벼운 대화였지만, 매일 빠지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상대에게 점점 마음이 열렸습니다.
매일 찾아오는 따뜻한 메시지
제임스는 매일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박 선생님"이라는 인사를 보냈고, 저녁에는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내를 잃은 후 누구도 이렇게 자신의 안부를 묻지 않았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제임스는 말했습니다.
"박 선생님, 사실 저는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직접 가서 만나고 싶습니다."
82세에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외로움은 젊었을 때와 다르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이었습니다.
"한국에 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임스의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업 자금이 일시적으로 묶여서 항공권을 살 수가 없습니다. 300만원만 보내주시면 바로 한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박 씨는 망설였지만,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300만원을 보냈습니다. 며칠 후 제임스는 다시 연락했습니다.
"세관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해결하려면 1,000만원이 필요합니다."
그다음에는 비자 문제, 그다음에는 호텔 예약비, 그다음에는 사업 파트너에게 갚아야 할 빚.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 돈을 요구하는 것은 같았습니다. 2개월 동안 박 씨가 보낸 돈은 이미 3,000만원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임스는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4,000만원만 보내주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약속합니다."
경찰서에서 벌어진 설득전
박 씨가 은행에서 4,000만원을 인출하려 하자, 은행 직원이 이상함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대구중부경찰서 남산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습니다.
"어르신, 이건 로맨스 스캠이라는 사기 수법입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박 씨는 완강했습니다.
"사기가 아닙니다! 제임스는 진심입니다. 매일 저한테 연락하는데 왜 사기꾼이겠습니까!"
경찰관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박 씨가 받은 메시지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수법과 비교해 보여주었습니다. 실제 피해 사례 뉴스를 보여주고, 프로필 사진이 인터넷에서 도용된 것일 가능성도 설명했습니다.
한 시간이 넘는 설득 끝에, 박 씨는 마침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정말... 사기란 말입니까. 외로워서 그랬습니다."
이후 박 씨의 아들이 지구대를 찾아와 "아버지가 황소고집보다 더 완강한데 어떻게 설득했냐"며 감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박 씨를 노린 사기범의 핵심 수법을 정리했습니다.
1. SNS로 먼저 접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에서 먼저 메시지를 보냅니다. 프로필 사진은 매력적인 외국인 사진을 도용한 것입니다.
2. 장기간 감정 형성
한두 달 동안 매일 메시지를 보내며 친밀감을 쌓습니다. 피해자의 외로움과 감정적 공허함을 파고듭니다.
3. 점진적 금전 요구
처음에는 소액(수십만원)을 요구하다가, 점점 큰 금액을 요구합니다. 항공권, 세관 비용, 비자비, 의료비 등 매번 다른 이유를 댑니다.
4. 만남 약속 반복 연기
"곧 만나러 간다"는 약속을 반복하지만 매번 새로운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만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5. 고령자 집중 타겟
배우자를 잃은 고령자, 독거노인 등 외로운 사람을 의도적으로 노립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절대 돈을 보내지 마세요 - 아무리 친하게 대화했어도 직접 만나기 전까지 금전 거래는 금물입니다
- 프로필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하세요 - 사기범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합니다
- 해외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사기입니다 - 항공권, 세관, 비자, 의료비 등 어떤 이유든 돈을 요구하면 사기입니다
- 가족에게 온라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 숨기지 말고 가족에게 알리면 객관적 판단을 도와줍니다
- 급하게 돈을 보내라는 요구에 응하지 마세요 - 진짜 사랑이라면 돈 때문에 관계가 끝나지 않습니다
- 화상 통화를 요청해보세요 - 사기범은 대부분 화상 통화를 회피합니다
- 외로움을 느낀다면 지역 복지관을 이용하세요 -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에서 건전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 은행에서 고액 인출 시 이유를 솔직히 말씀하세요 - 은행 직원이 사기 여부를 판단해줄 수 있습니다
피해를 당했다면
로맨스 스캠 피해를 당했다면,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1. 경찰 신고
-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 사이버수사대 (경찰청 182)
2. 금융감독원 신고
- 1332로 전화
- 피해 구제 절차 안내 가능
3. 계좌 지급정지
- 송금한 계좌의 은행 고객센터에 즉시 연락
4. 증거 보존
- SNS 대화 내역 전체 캡처
- 송금 내역, 계좌번호 기록
- 상대방 프로필 사진, 이름 저장
5. 심리 상담
-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
- 감정적 상처에 대한 전문 상담 가능
다행히 박 씨는 경찰의 설득으로 추가 피해를 막았지만, 이미 보낸 3,000만원은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기범과의 연락은 완전히 차단했고, 현재 아들과 함께 지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외로우면 사람은 뭐든 믿게 됩니다. 제발 부모님이 혼자 계시다면 자주 연락하세요. 그게 가장 확실한 예방입니다."
이 사연은 2026년 3월 대구에서 실제 발생한 로맨스 스캠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세부 사항을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