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올해 62세인 최 씨(가명)는 서울 외곽의 소도시에서 작은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어머니입니다. 서울에서 IT 회사에 다니는 아들 준호(가명, 33세)가 자랑스러웠고, 매주 일요일이면 영상통화를 하는 것이 모자간의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2월 말, 평일 오후 3시쯤 가게에서 손님을 정리하고 있던 최 씨의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서울 지역번호였습니다.
"엄마... 나 준호야."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말투, 호흡, 심지어 급할 때 약간 떨리는 그 특유의 습관까지 완벽하게 같았습니다.
"준호야? 이 번호는 뭐야?"
"엄마, 나 큰일 났어. 회사에서 급하게 계약 보증금을 넣어야 하는데, 회사 법인카드가 한도 초과돼서... 내 통장은 지금 다 묶여 있어. 7천만원만 먼저 보내줄 수 있어? 내일 바로 돌려줄게."
의심할 수 없었던 이유
최 씨도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왜 갑자기 다른 번호로 전화를 했는지, 왜 이렇게 큰 돈을 급하게 요구하는지. 하지만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분명 아들이었습니다.
"엄마, 핸드폰이 고장 나서 임시폰 쓰고 있어. 이거 정말 급한 거야. 계약이 오늘 4시까지인데, 이거 못 넣으면 나 회사에서 징계받아. 제발 엄마."
최 씨는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들이 사회생활하면서 한 번도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기에, 정말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얼마라고? 7천만원? 엄마가 가게 운영 자금이랑 적금에 있는 돈 합치면 될 것 같은데..."
"고마워 엄마. 정말 미안해. 계좌번호 문자로 보낼게. 근데 엄마, 이거 회사 일이라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내일 내가 직접 설명할게."
최 씨는 문자로 받은 계좌번호로 3차례에 걸쳐 총 7,0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적금을 해지하고, 가게 운영 자금까지 탈탈 털어서.
3초면 충분한 AI 음성 복제
그날 저녁, 일요일도 아닌데 아들에게 먼저 영상통화를 걸었습니다. 아들의 원래 번호로.
"엄마, 무슨 일이야? 일요일도 아닌데."
"아니, 낮에 보내준 돈 잘 처리됐어? 내일 돌려줄 수 있는 거지?"
"엄마, 무슨 돈? 나 오늘 엄마한테 전화 안 했는데?"
최 씨의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분명히 준호의 목소리였는데. 말투도, 호흡도, 엄마를 부르는 톤까지 똑같았는데.
경찰 조사 결과, 사기범들은 준호가 유튜브에 올린 회사 프레젠테이션 영상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목소리 샘플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최신 AI 딥보이스 기술은 3초에서 10초 정도의 음성 샘플만으로 그 사람의 말투, 억양, 감정까지 정교하게 복제할 수 있습니다.
사기범들은 또한 준호의 SNS를 통해 어머니의 존재, 직장 정보, 가족 관계 등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시나리오를 짰습니다. 최 씨는 자신의 귀를 믿었고, 그것이 함정이었습니다.
급증하는 AI 딥보이스 피싱
최 씨의 사례는 개별적인 불운이 아닙니다.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사상 최대인 1조 2,578억원을 기록했으며, AI 딥보이스를 활용한 가족 사칭형 범죄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문 기관에 따르면, 최신 AI 음성 복제 도구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며, 짧은 음성 샘플만으로 실시간 음성 변환이 가능합니다.
특히 SNS에 영상이나 음성 콘텐츠를 자주 올리는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복제될 위험이 높습니다. 사기범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타겟의 음성을 수집하고,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변환하며 전화를 겁니다.
- SNS 음성 수집: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타겟의 목소리 샘플을 수집합니다
- AI 음성 복제: 3~10초 분량의 음성으로 말투, 억양, 감정까지 복제합니다
- 개인정보 분석: SNS를 통해 가족 관계, 직장, 생활 패턴을 파악합니다
- 시나리오 설계: 긴급 상황을 가장한 정교한 스토리를 준비합니다
- 실시간 음성 변환: AI가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변환하며 직접 통화합니다
- 주변인 차단: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며 확인을 막습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가족끼리만 아는 비밀 암호(코드워드)를 미리 정해두세요
- [ ]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끊고 원래 번호로 직접 확인하세요
- [ ] SNS에 음성이 포함된 영상을 올릴 때는 공개 범위를 제한하세요
- [ ] 모르는 번호로 가족이 전화했다면 반드시 본인 확인 질문을 하세요
- [ ] 급하게 송금을 요구하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것은 사기 신호입니다
- [ ] 전화 속 목소리만으로 신원을 판단하지 마세요, AI가 복제할 수 있습니다
- [ ] 문자로 받은 계좌번호로 거액을 송금하기 전 반드시 대면 확인하세요
- [ ] 가족의 SNS 계정 보안 설정을 함께 점검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에 즉시 신고
- 계좌 지급정지: 송금한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사기범 계좌 지급정지 요청
- 금융감독원 신고: 1332에 전화하여 피해 사실 접수
- 증거 보존: 통화 내역, 문자, 송금 내역 등 모든 자료 캡처 및 저장
- 피해 구제 신청: 경찰 사건접수 확인서를 받아 은행에 피해 환급 신청
정부는 2026~2027년 'AI 기반 보이스피싱 통신서비스 공동 대응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자와 이통 3사도 통화 중 AI가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대응이 완성되기 전까지, 가족간 비밀 암호 설정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이 사연은 2025~2026년 실제 AI 딥보이스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과 경찰청,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