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배달, 그리고 밀린 돈
이민수 씨(가명, 34세)는 3년째 배달대행 라이더로 일한다. 들쭉날쭉한 수입 탓에 저축은 늘 뒤로 밀렸고, 오토바이 할부금과 생활비 때문에 이미 여러 곳에서 소액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신용점수는 바닥이었다. 더 이상 은행에서는 대출이 나오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했던 이 씨는 SNS의 한 '급전'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며칠 뒤 낯선 메시지가 왔다.
"배달대행업 사업자로 등록하시면 대출 가능합니다. 신용 조회 없이 바로 진행돼요."
신용점수와 무관하게 대출이 된다는 말에, 이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명의만 있으면 된다"는 낯선 서류들
상대는 대출 상담사를 자처하며 개인사업자(배달대행업) 등록부터 도와줬다. 이 씨는 시키는 대로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다음은 휴대폰 렌탈 계약이었다. "명의만 있으면 되고, 실제로 받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에, 이 씨는 알려준 렌탈업체와 휴대폰 10대분(총 1,800만 원 상당) 렌탈계약서에 서명했다.
며칠 후에는 "정상적으로 휴대폰을 인도받았다"는 확인서에도 서명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실물도, 유심도 받은 적 없었지만 "형식적인 절차"라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서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장에 현금이 입금됐다. 상환 조건도 안내됐다. 하루 17만 원씩, 200일. 계산하면 총 3,400만 원이었다.
매일 빠져나가는 17만원, 그제야 보인 숫자
통장에서 매일 17만 원이 빠져나가자, 이 씨는 그제야 계산기를 두드렸다. 실제 손에 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갑절 가까이 많았다. 연이율로 따지면 160%에 육박했다. 법정 최고금리 20%의 여덟 배였다.
무엇보다 서늘했던 건 계약서 속 '휴대폰 10대'였다. 손에 쥐어본 적도, 개통해본 적도 없는 물건이 담보로 잡혀 있었다. 상환이 조금 늦어지자 반응이 왔다.
"렌탈료 연체 시 채권을 추심업체에 넘기고, 형사 고소 절차도 진행됩니다."
돈을 빌린 게 아니라 '휴대폰을 빌리고 갚지 않은 사람'으로 몰릴 판이었다. 이 씨는 그제야 검색을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피해 사례를 발견했다. 신종 불법사금융 수법에 걸려든 것이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이 씨가 당한 수법의 핵심이다.
- 사업자 등록 유도: 배달대행업 등록을 대출 조건으로 내세워 신뢰를 얻는다
- 허위 렌탈계약: 실제 인도되지 않는 휴대폰을 여러 대 계약하게 만든다
- 인도확인서 요구: 받지도 않은 물건을 정상 수령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다
- 초고금리 대출: 렌탈계약을 담보로 현금을 지급하되, 실질 이자율은 법정 최고금리를 크게 웃돈다
- 추심·형사고소 협박: 상환이 늦어지면 채권을 제3자에게 넘기거나 형사 고소로 압박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에만 유사한 불법사금융 민원이 8건, 연계된 유사수신(eSIM 투자사기) 민원이 15건 접수돼 수사기관에 의뢰됐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사업자로 등록하면 대출해준다"는 제안은 일단 의심하세요
- [ ] 실물을 받지 않은 상품의 렌탈계약서에는 절대 서명하지 마세요
- [ ] 받지 않은 물건의 '인도확인서' 서명 요구는 사기 신호입니다
- [ ] 서명 전 상환 총액과 실질 연이율을 직접 계산해보세요
- [ ]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입니다. 초과 이자는 불법입니다
- [ ] SNS·급전 커뮤니티 대출 제안은 정식 금융기관 여부를 확인하세요
- [ ] 서명 전 가족, 지인,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 [ ] 신용점수가 낮다면 서민금융진흥원(1397)을 먼저 알아보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불법사금융 피해가 의심된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하세요.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 1332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 증거 보존: 계약서, 문자메시지, 입출금 내역을 모두 보관하세요
- 채무자대리인 제도 이용: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불법 채권추심 대응: 형사고소 협박 등 부당한 추심을 당했다면 즉시 신고하세요
금융감독원은 실제 물건을 받지 않은 렌탈계약이나 사업자 등록을 조건으로 한 대출 제안은 불법사금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 사연은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