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찾아온 솔깃한 제안
경상북도의 한 소도시에서 3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박○○ 씨(65세)는 연금만으로는 넉넉하지 않은 노후가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지인이 소개해준 사람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중고차를 사시면, 할부금은 물론 매달 용돈까지 나옵니다. 명의만 빌려주시면 됩니다."
박 씨는 반신반의했지만, 브로커는 관공서 서류처럼 보이는 안내문을 보여주며 자신 있게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가 다 알아서 처리해드립니다.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이면계약서에 남긴 서명
브로커는 박 씨를 인근 중고차 매매상사로 데려갔다. 실제 차량 가격은 4천만 원 중반대였지만, 계약서에는 5천만 원대로 적혔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겁니다. 정부 지원금이 차액으로 나오는 구조라서요."
박 씨는 의아했지만, 매매상사 직원까지 나서서 태연하게 설명하니 의심을 거뒀다. 그의 명의로 할부 금융사에 대출이 실행됐고, 금융사는 매매상사에 대출금 전액을 지급했다.
며칠 후, 매매상사는 실제 차량 대금을 제외한 차액 900만 원을 박 씨 계좌로 입금했다. 브로커는 곧바로 연락해왔다.
"그 돈은 저희가 몇 달치 할부금을 대신 내는 데 쓸 겁니다. 저희 계좌로 보내주세요."
박 씨는 말한 대로 900만 원을 브로커 계좌로 송금했다.
석 달간 이어진 안심, 그리고 침묵
놀랍게도 이후 석 달 동안 할부금은 정확히 빠져나갔다. 박 씨는 "정말 정부 지원사업이 맞나 보다"라며 마음을 놓았다. 주변에도 좋은 제도가 있다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넉 달째 되던 달, 할부금 자동이체가 실패했다는 문자가 왔다.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번호는 이미 없는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금융사에서는 밀린 할부금과 남은 대출 원금 전액을 박 씨에게 청구했다. 남은 금액은 3천만 원이 넘었다.
"이건 사기입니다. 저는 명의만 빌려준 겁니다."
박 씨는 금융사와 경찰서를 오가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냉정했다. 계약서에는 본인 서명이 있었고, 대출 심사 절차에도 하자가 없었다. 법적으로 박 씨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실행한 채무자였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박 씨를 속인 수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정부 지원사업 사칭: "정부가 할부금과 수익금을 지급한다"는 거짓 명목
- 이면계약 유도: 실제 가격보다 부풀린 매매계약서 작성 요구
- 명의 대여 구조: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시켜 법적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
- 초기 신뢰 형성: 몇 달간 실제로 할부금을 대신 납부해 안심시킴
- 잠적과 전가: 브로커가 사라진 후 채무는 고스란히 피해자 몫으로 남음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개인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 [ ] 실제 가격과 다른 이면계약서 작성 요구는 절대 응하지 마세요
- [ ] "명의만 빌려주면 된다"는 제안은 100% 사기입니다
- [ ] 차액을 돌려받아 다시 송금해야 하는 구조라면 즉시 의심하세요
- [ ] 정부 지원사업 여부는 반드시 관할 기관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세요
- [ ] 대출 서류에 서명하기 전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 [ ] 몇 달간 정상 납부된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신뢰를 쌓기 위한 수법일 수 있습니다
- [ ] 가족이나 지인과 미리 상의한 후 결정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명의 대여형 대출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해야 한다.
- 금융감독원 신고: 1332로 즉시 상담 및 신고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에 사기 피해 접수
- 증거 보존: 계약서, 문자, 송금 내역을 모두 보관
- 법률 지원: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서 무료 법률 상담 받기
금융감독원은 2026년 6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며, "정부기관은 개인에게 자금 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사연은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