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발견한 반값 무선청소기
올해 32세인 김민준 씨(가명)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사한 집에 필요한 가전을 하나씩 채우던 그는, 최근 당근마켓에서 눈에 띄는 게시물을 발견했습니다.
유명 브랜드 무선청소기를 30만원에 판다는 글이었습니다. 시세보다 저렴해 보였지만, "이사 가면서 급처분한다"는 설명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정가 120만원인데 이 정도면 싸죠"
채팅을 시작하자 판매자는 곧바로 캡처 이미지 한 장을 보냈습니다. 어느 쇼핑몰 화면에 해당 청소기의 정가가 120만원으로 표시돼 있었고, 판매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가가 120만원이에요. 76% 할인해서 30만원에 드리는 거예요. 저도 사놓고 잘 안 써서요."
캡처 속 화면은 실제 쇼핑몰과 비슷하게 생긴 사이트였습니다. 김 씨는 그 화면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숫자로 보여주는데 설마 거짓말이겠어.' 그는 곧바로 결제 의사를 밝혔습니다.
앱 밖으로 안내된 "안전결제"
판매자는 "당근마켓 안전결제로 진행하자"며 링크 하나를 채팅창에 올렸습니다. 로고와 화면 구성이 실제 서비스와 거의 똑같았습니다.
김 씨는 평소 안전결제를 앱 안에서 이용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요즘은 링크로도 된다"는 판매자의 설명에 별다른 의심 없이 링크를 눌렀습니다. 안내에 따라 이름, 전화번호, 결제 정보를 입력하고 30만원을 결제했습니다.
정식 안전결제는 외부 링크가 아니라 반드시 앱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도착한 건 오만원짜리 물건
며칠 뒤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상자를 열어본 김 씨는 당황했습니다. 브랜드 로고도, 제품 구성도 사진과 달랐습니다. 검색해보니 실제로는 정가가 5만원도 되지 않는 저가 중국산 청소기였습니다.
그제야 판매자가 보낸 '정가 120만원' 캡처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화면에 적힌 사이트 주소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주소였습니다. 사기범이 만들어놓은 가짜 쇼핑몰이었던 것입니다. 캡처 속 '정가'도, '할인율'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근마켓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더 큰 충격이 돌아왔습니다. 자사는 채팅으로 외부 결제 링크를 보내는 방식의 안전결제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김 씨가 결제한 곳은 판매자가 임의로 만든 가짜 결제 페이지였습니다.
되돌릴 수 없었던 30만원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다른 계좌로 옮겨진 뒤였습니다. 판매자 계정도 신고 직후 사라졌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중고·직거래 사기 피해액은 8,740억원을 넘어 전년보다 161.7% 증가했고, 사건 건수도 11만 9,741건으로 4년 전보다 42.4% 늘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4만 9,867건이 접수돼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 중고거래 채팅에서 시세보다 훨씬 싼 물건을 미끼로 접근한다
- "안전결제로 진행하자"며 실제 서비스와 똑같이 꾸민 외부 링크를 전송한다 (정식 안전결제는 앱 안에서만 진행되며 채팅 링크로 오지 않는다)
- 사기범이 직접 만든 가짜 쇼핑몰에 허위 정상가를 표시해두고, 그 화면을 캡처해 "할인율"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는다
- 외부 링크에서 결제·로그인하면 돈이 사기범 계좌로 즉시 빠지거나 개인정보·카드정보가 유출된다
- 이후 "수수료 미납", "택배 거래 확인" 등의 핑계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 실제 배송되는 물건은 캡처 속 정가와 무관한 저가 제품이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안전결제는 반드시 플랫폼 앱 안에서만 진행하세요. 채팅으로 온 외부 링크는 그 자체로 사기입니다
- [ ] 판매자가 보내는 '정가' 캡처 화면도 조작될 수 있습니다. 가격 비교 화면을 그대로 믿지 마세요
- [ ] 링크의 주소가 공식 플랫폼 도메인과 정확히 같은지 글자 하나까지 확인하세요
- [ ]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급처분을 강조하는 판매자는 일단 의심하세요
- [ ] 판매자의 거래 후기, 매너온도, 계정 개설일을 결제 전에 확인하세요
- [ ] 가능하면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직거래를 우선하세요
- [ ] 이미 링크에 결제 정보를 입력했다면 즉시 카드사·은행에 결제 취소와 지급정지를 요청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피해가 의심되면 즉시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이나 112에 신고하세요. 결제한 카드사 또는 은행에도 바로 연락해 결제 취소와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채팅 내역, 캡처 이미지, 결제 링크, 입금 내역은 삭제되기 전에 모두 캡처해 보관하세요. 액수가 적더라도 신고를 미루지 말고, 같은 판매자에게 당한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함께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사연은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