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사장님에게 걸려온 낯선 전화
박정수 씨(가명, 45세)는 10년째 사무용품과 통신장비를 도소매로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늘 새로운 거래처를 찾던 그에게, 어느 날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시청 총무과 김 주무관입니다. 이번에 저희 시에서 진행하는 행사용 무전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려고 하는데, 사장님 업체와 거래하고 싶습니다."
박 씨는 반가웠다. 공공기관 납품이라면 오랜만에 찾아온 큰 거래였다.
"차액은 얹어서 정산해드리겠습니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히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로 공무원증 사진과 공문서 스캔본까지 보내왔다. 박 씨는 더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남자는 "예산 집행 절차상 저희가 직접 구매하지 못하니, 지정된 업체에서 무전기 100대를 대신 구매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사장님이 먼저 결제하고 물품을 저희 쪽으로 보내주시면, 대금에 수수료 10퍼센트를 얹어서 다음 날 바로 입금해드리겠습니다."
박 씨는 살짝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업체에서 물건을 사서 보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공무원증까지 보여준 사람이었고, "행사 일정이 촉박하다"는 설명에 서둘러 결제를 진행했다.
박 씨는 상대가 알려준 업체 계좌로 3,200만 원을 입금했다. 업체 담당자라는 사람은 "곧 발송하겠다"며 문자로 송장 번호까지 보내왔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순간
이틀이 지나도 물건은 도착하지 않았다. 송장 번호를 조회해보니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다. 불안해진 박 씨는 김 주무관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시청 총무과에 직접 전화해봤습니다. 그런 직원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그제야 박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조 공무원증도, 공문서도, 물품 대금을 받은 업체 계좌도 모두 사기 조직이 미리 짜놓은 함정이었다.
되찾지 못한 결제 대금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돈은 여러 계좌를 거쳐 빠져나간 뒤였다. 박 씨가 잃은 돈은 3,200만 원. 도소매업 특성상 큰 거래를 기대하고 확인 없이 서둘러 결제한 것이 화근이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 거래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공무원증 사진 한 장에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박 씨의 사례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가 시행된 지난 6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한 달간 접수된 신고는 4,93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리구매·노쇼사기는 1,376건으로 전체의 약 28퍼센트를 차지해, 로맨스스캠(1,527건, 31퍼센트) 다음으로 많았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박 씨를 속인 사기 조직의 수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공공기관 사칭: 시청, 대학교, 교정기관 등 관계자 행세
- 위조 신분증명: 위조 공무원증, 공문서 사진으로 신뢰 구축
- 대리구매 요청: "지정 업체에서 대신 구매해서 보내달라" 유도
- 수수료 미끼: "차액을 얹어 정산해주겠다"며 추가 이익 제시
- 연락 두절: 결제 직후 사칭범과 지정 업체 모두 잠적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공공기관은 개인·사업자에게 전화로 물품 대리구매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 [ ] 공무원증·공문서 사진은 위조·합성이 가능합니다, 사진만으로 신뢰하지 마세요
- [ ] 거래를 제안한 기관의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세요
- [ ] "차액을 얹어드리겠다"는 제안은 대표적인 미끼입니다
- [ ] 처음 거래하는 업체에 선입금을 요구받으면 사업자등록과 실체를 먼저 확인하세요
- [ ] 계약서·견적서 없이 구두나 문자로만 진행되는 거래는 의심하세요
- [ ] 결제 전 경찰청 112, 금융감독원 1332에 상담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에 즉시 신고
- 금융감독원 신고: 1332로 전화해 계좌 지급정지 요청
- 은행 신고: 입금한 은행 고객센터에 사기 피해 접수
- 증거 보존: 통화 녹음, 문자, 공문서 사진, 송금 내역 캡처
이 사연은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