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과 함께 날아온 '기회'
2024년 2월, 대학을 졸업한 이준호 씨(가명, 23세)는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백 통의 지원서를 넣어도 면접 한 번 보기 어려운 현실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인스타그램 DM이 하나 날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캄보디아 호텔 고객관리 직원 모집합니다.
비자 없이 입국 가능, 월급 1,000만원 보장, 숙식 무료 제공.
영어 실력 불필요, 한국어만 가능하면 OK!"
준호 씨는 처음에는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보내온 '재직자 인증샷', '급여명세서', '호텔 사진'을 보니 점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일단 3개월만 해보고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
공항에서 시작된 악몽
2024년 3월 15일, 준호 씨는 인천공항을 떠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했습니다. 채용 담당자는 "공항에서 픽업해주겠다"며 친절하게 안내했습니다.
공항 도착 후, 약속된 픽업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까지는 모든 게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차에 타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여권이랑 핸드폰 내놔."
처음에는 "회사에서 관리해준다"는 말에 순순히 건넸습니다. 그런데 차는 호텔이 아닌 외곽의 허름한 건물로 향했습니다.
"여기가... 호텔이 아닌데요?"
대답은 폭언과 협박이었습니다.
"닥쳐. 여기서 일 안 하면 죽는다고 생각해."
준호 씨는 그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여권도, 핸드폰도, 도망칠 방법도 없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노예가 되다
건물 안에는 준호 씨처럼 속아 온 한국인 청년 20여 명이 있었습니다. 모두 SNS나 메신저를 통해 '고수익 해외취업'에 속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조직은 이들을 감금한 뒤, 한국에 있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을 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검찰청입니다. 고객님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되어..."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당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한테 돈 보내라고 해. 안 그러면 너 여기서 못 나간다."
준호 씨는 부모님께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감시당하고, 탈출을 시도한 동료가 심하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6개월 만의 탈출
2024년 9월, 6개월간의 감금 생활 끝에 준호 씨는 극적으로 탈출했습니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건물을 빠져나와 근처 한국대사관으로 뛰어갔습니다. 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으로 긴급여권을 발급받고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의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악몽을 꿉니다. 다시 그곳으로 끌려가는 꿈을요."
준호 씨는 현재 심리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국경을 넘은 범죄라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급증하는 해외 취업 사기
준호 씨와 같은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3년 17건에 불과했던 해외 취업 사기 피해가, 2025년에는 330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사기범들의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 SNS/메신저 타겟 광고: "월 1,000만원", "비자 불필요", "숙식 무료"
- 가짜 증빙자료: 재직자 인증샷, 급여명세서, 회사 사진
- 공항 픽업 후 여권/휴대폰 강탈: 도망갈 수단 차단
- 감금 후 강제 노동: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조직 동원
- 폭행 및 협박: 탈출 시도 시 물리력 행사
특히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가 주요 무대입니다.
해외 취업,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해외 취업 사기를 예방하려면 다음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 과도한 고수익 제안은 100% 의심하세요: 월 1,000만원, 비자 불필요 등은 미끼입니다
- 회사 실체를 철저히 검증하세요: 사업자등록번호, 회사 홈페이지, 리뷰 확인
- 정식 취업 비자 없이 출국하지 마세요: "비자 없이 입국 가능"은 불법입니다
- 선금/보증금 요구는 거절하세요: 정상적인 회사는 선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가족에게 반드시 알리세요: 출국 전 일정, 회사 정보 공유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확인하세요: 위험 국가 정보 파악
- 현지 한국대사관 연락처를 저장하세요: 긴급 상황 대비
- SNS/메신저 광고는 신뢰하지 마세요: 정식 채용 사이트 이용
피해를 당했다면
이미 피해를 당했거나 위험에 처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현지 한국대사관/총영사관 연락: 영사 조력 요청
- 외교부 영사콜센터: +82-2-3210-0404 (24시간)
- 경찰 신고: 112 또는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 가족에게 연락: 상황 공유 및 도움 요청
이 사연은 2025년 급증한 해외 취업 사기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출처: 경찰청 해외 취업 사기 피해 통계 (2023-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