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분명 우리 아들이었습니다
올해 62세인 박○○ 씨는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 취업한 아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늘 마음에 걸렸지만, 매주 일요일 오는 안부 전화가 큰 낙이었습니다.
지난 5월의 어느 화요일 오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엄마, 나야. 나 지금 좀 급한데."
분명히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말투도, 어미처럼 살짝 올라가는 억양도, 평소 아들이 쓰는 "엄마, 나야"라는 말투 그대로였습니다.
점점 깊어지는 함정
아들이라 철석같이 믿은 박 씨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전화 속 목소리는 "회사에서 갑자기 돈이 필요한데, 지금 계좌가 묶여서 엄마 통장으로 잠깐 받아야 해. 거래처에 바로 보내줘야 하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박 씨는 순간 걱정이 됐습니다.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실직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스쳤습니다. 전화 속 아들은 "엄마, 빨리 해줘야 해. 오늘 마감이야"라며 재촉했습니다.
박 씨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똑같았으니까요. 카카오톡으로 링크 하나가 왔고, 거기에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박 씨는 인근 은행으로 달려가 2,000만 원을 이체했습니다.
30분 후, 또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1,200만 원만 더 보내줘. 다음 주에 꼭 돌려줄게."
이번에도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결국 1,200만 원을 더 보냈습니다. 총 3,200만 원이었습니다.
뒤늦게 깨달은 진실
이상한 느낌이 든 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아들에게 "고마워. 다음 주에 꼭 갚아라"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들에게서 "엄마, 무슨 말이야? 나 오늘 엄마한테 전화 안 했는데?"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온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손이 떨렸고, 눈앞이 새하얘졌습니다. 서랍에서 통장을 꺼내 거래 내역을 확인하니 오전에 빠져나간 3,200만 원이 찍혀 있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여러 대포통장을 거쳐 사라진 뒤였습니다. 수사관은 "AI 음성 복제 기술로 아들 목소리를 흉내낸 전형적인 딥보이스 피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NS나 유튜브 등에 올라온 아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불과 수 초 만에 정교하게 복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AI 음성 복제 보이스피싱의 핵심 수법을 정리했습니다.
- AI 음성 클로닝: SNS·유튜브에 공개된 음성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단 몇 초 분량만으로도 목소리를 정교하게 복제합니다.
- 가족 사칭 + 긴박감 조성: 자녀·부모·형제 등 가까운 가족의 목소리로 "급하다", "지금 바로"라는 압박을 가합니다.
- 낯선 번호 사용: 실제 가족 번호로 발신자를 위장하거나, 낯선 번호를 사용해 "다른 폰으로 연락했다"고 둘러댑니다.
- 카카오톡·문자 링크 병행: 전화로 신뢰를 구축한 뒤 문자·카카오톡으로 계좌번호를 보내 즉시 이체를 유도합니다.
- 분할 요구: 한 번에 큰 금액을 요구하면 의심받을 수 있어 두세 차례에 나눠 요구합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가족끼리 비밀 확인 암호를 미리 정해두세요 (예: 특별한 단어나 질문)
- [ ] 아무리 목소리가 같아도 돈 요청 전화는 반드시 다시 확인하세요
- [ ] 전화를 끊고 가족의 실제 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인지 확인하세요
- [ ] SNS에 자녀·가족의 음성이 담긴 영상을 비공개 또는 친구 공개로 설정하세요
- [ ] 금융 거래는 절대 서두르지 말고, 반드시 가족과 상의 후 진행하세요
- [ ] "급하다", "지금 바로"라는 말은 사기의 신호입니다 — 잠시 멈추세요
- [ ] 출처 불명 링크의 계좌번호로는 이체하지 마세요
- [ ] 의심스러우면 경찰청 112 또는 금융감독원 1332로 확인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사기 피해를 인지한 즉시 아래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방문
- 계좌 지급정지 요청: 해당 은행 고객센터(또는 앱)에서 즉시 신청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피해구제 신청 가능)
- 증거 보존: 통화 내역, 문자·카카오톡 링크, 이체 내역 캡처
- 피해 신고 포털: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cyber.go.kr)
이 사연은 실제 유사 피해 사례들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