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사흘 전, 울린 전화 한 통
올해 63세인 박○○ 씨는 남편과 단둘이 사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녀는 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혼자 자취하고 있어 늘 마음 한켠이 허전했습니다. 어버이날을 사흘 앞둔 5월 초, 손녀 얼굴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박 씨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엄마... 나야. 나 지금 너무 무서워."
수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는 틀림없이 딸의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박 씨가 "무슨 일이야?"라고 묻자, 흐느끼는 딸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엄마, 나 지금 납치됐어. 빨리 도와줘."
2초면 충분하다는 AI 기술의 공포
박 씨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전화기를 빼앗아 간 굵은 남성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따님이 지금 우리 손에 있소. 경찰에 신고하면 따님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오. 2시간 안에 3,000만 원을 지정 계좌로 입금하시오."
박 씨는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딸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했습니다. 울먹이던 톤, 숨을 죽이던 방식, 어릴 때부터 들어온 그 특유의 말투. 단 한 가지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범죄자들은 딸이 SNS에 올린 영상과 라이브 방송 클립 몇 초 분량을 수집해 AI 딥보이스 프로그램에 학습시켰습니다. 2026년 현재, 단 2~3초의 음성 데이터만으로도 특정인의 목소리를 95% 이상 정확도로 복제하는 기술이 존재합니다. 범죄자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딸이 우는 척하는 음성을 생성해 전화로 흘려보낸 것입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딸이 죽는다"
박 씨는 남편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혼자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전화를 끊으면 딸이 위험해질 것 같아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시오. 주변에 아무도 데려가지 마시오.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따님 신변을 보장할 수 없소."
범죄자는 박 씨의 귀에 이어폰을 꽂게 하고 은행으로 이동하는 내내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습니다. 박 씨는 떨리는 손으로 예금 2,800만 원을 출금해 지정된 계좌 두 곳으로 분산 입금했습니다. 창구 직원이 "혹시 보이스피싱 아닌가요?"라고 물었지만, 귓가에서 "그 직원 말 무시하고 빨리 넣으시오"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박 씨는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송금 후 10분 뒤,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습니다.
뒤늦게 걸려온 딸의 전화
박 씨가 넋을 잃고 은행 밖에 서 있을 때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어버이날 선물 뭐 받고 싶어?"
딸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점심을 막 마치고 전화한 것이었습니다. 박 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여러 대포통장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딸 목소리가 너무 똑같았어요. 말투도, 우는 방식도, 숨 들이마시는 소리까지. 제가 어떻게 의심을 하겠어요."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AI 딥보이스를 활용한 가족 사칭 보이스피싱은 2026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사기 수법입니다.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목소리 수집: SNS 영상, 유튜브 라이브, 틱톡 클립 등 공개된 음성 데이터 2~3초만 있으면 복제 가능
- 실시간 생성: 전화 통화 중 AI가 실시간으로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대화 가능
- 감정 조작: 납치·교통사고·성범죄 피해 등 극도의 공포 상황을 연출해 냉정한 판단 차단
- 고립 전술: "경찰 신고 금지", "가족에게 알리지 말 것" 요구로 외부 도움 차단
- 시간 압박: "2시간 안에", "지금 당장" 등 촉박한 시간 제한으로 이성적 판단 방해
- 다중 계좌 분산: 대포통장 여러 개를 거쳐 추적 불가능하게 자금 이동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가족끼리 비상 암호를 미리 정해두세요. 급박한 상황에서 암호를 물어보면 진짜 가족인지 확인 가능합니다.
- SNS에 올리는 동영상 및 음성이 포함된 콘텐츠를 최소화하고, 공개 범위를 친구 이상으로 제한하세요.
-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가족 목소리가 들리면, 즉시 전화를 끊고 가족의 실제 번호로 직접 확인하세요.
- 은행에서 대규모 출금 시 창구 직원의 우려 표명에 반드시 귀 기울이세요. 직원은 보이스피싱 예방 의무 교육을 받은 전문가입니다.
- 전화 통화를 유지한 채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100% 사기입니다.
- 어떤 이유에서든 이어폰을 꽂고 은행에 가라는 지시는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 112(경찰)나 1332(금융감독원)에 즉시 신고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 송금 은행 고객센터 연락: 즉시 지급정지 요청
- 증거 보존: 통화 내역, 문자, 입금 영수증 등 모두 캡처 보관
- 딸·가족 연락: 본인 확인 및 SNS 비공개 전환
이 사연은 실제 피해 사례들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