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가 간절했던 사회초년생
올해 29세인 이○○ 씨는 중소기업에서 3년째 근무 중인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월급은 280만원. 서울 외곽의 원룸 월세와 학자금 대출 상환, 생활비를 빼고 나면 매달 남는 돈은 30만원 남짓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주식으로 돈 벌었다, 코인으로 차를 바꿨다 하는데, 저만 제자리인 것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월 수익률 30%, 검증된 AI 매매 시스템'이라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링크를 누르자 텔레그램 채팅방으로 연결되었고, 그곳에서 이 씨의 악몽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점점 깊어지는 늪
채팅방에는 '수석 애널리스트 한 팀장'이라 자칭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시장 분석을 올렸고, 방 안의 회원들은 "오늘도 15% 수익 인증합니다", "팀장님 덕분에 월급보다 더 벌어요"라며 수익 인증 캡처를 쏟아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매일 수십 명이 수익 인증을 올리니까 진짜인 줄 알았어요."
이 씨는 시험 삼아 100만원을 넣었습니다. 가짜 HTS 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았고, 앱 화면에는 실시간 차트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뒤, 앱 화면의 잔고는 145만원. 45%의 수익이 찍혀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돈이 불어나는 걸 보니까 의심이 사라졌어요."
이 씨는 적금을 깨서 450만원을 추가로 넣었습니다. 앱 화면에서는 수익이 계속 올라갔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모든 수치가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한 달 뒤, 출금을 시도하자 '세금 정산 보증금'을 요구했고, 그제야 사기임을 깨달았습니다. 총 피해액 550만원. 그때는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실 복구해드립니다" -- 더 깊은 함정
사기를 당한 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낯선 번호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OO 리딩방 피해자이신가요? 합의를 통해 피해금을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비상장 주식으로 보상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5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데, 안 해볼 수가 없잖아요."
상대방은 '피해자 보상 프로그램'이라며 비상장 주식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처음에는 200만원, 다음에는 500만원. '주식이 상장되면 10배 이상 오른다'는 말에 이 씨는 계속 돈을 보냈습니다.
비상금 5,000만원으로도 모자랐습니다. "지금 더 넣으면 임원급 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결국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신용대출 2,100만원, 카드론 2,000만원. 총 14차례에 걸쳐 9,1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시 한번 무너진 세계
한 달이 지나도 상장 소식은 없었습니다. 연락이 점점 뜸해지더니, 어느 날 전화번호가 차단되었습니다. 문자도, 카톡도 답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손실 복구 사기', '2차 피해'라는 단어가 쏟아졌습니다. 첫 번째 사기 피해자 명단이 범죄 조직 사이에서 공유되고, 같은 피해자를 또다시 노리는 수법이었습니다.
"550만원 잃은 것도 억울한데, 거기서 9,100만원을 더 잃었어요. 대출 이자만 매달 80만원이에요. 월급의 거의 전부를 이자로 내고 있습니다."
이 씨는 지금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빚을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이 씨를 두 번이나 속인 사기범들의 핵심 수법을 정리했습니다.
1. 유튜브/SNS 타겟 광고로 유인
-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고수익 보장' 투자 광고 집행
- 클릭하면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유도
- 유명 투자전문가, 연예인 사진을 무단 도용하기도 함
2. 바람잡이의 수익 인증으로 신뢰 구축
- 채팅방에 수십 명의 바람잡이가 매일 수익 인증 캡처 게시
- "팀장님 덕분에 월급보다 더 벌어요" 등 감사 인사 세례
- 실제 회원은 소수이고 대부분이 사기 조직원
3. 가짜 HTS/MTS 앱으로 수익 조작
- 정식 앱스토어가 아닌 별도 링크(APK)로 앱 설치 유도
- 실제 증권사 앱과 거의 동일한 외관의 가짜 앱 제공
- 화면의 수익률은 처음부터 전부 조작
4. 출금 시 수수료/보증금 요구로 2차 피해
- '세금 정산', '보증금', '수수료' 등 명목으로 추가 입금 요구
- 입금해도 출금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음
5. 손실 복구 미끼로 3차 피해 (가장 악질)
- 1차 피해자 명단을 범죄 조직 간 공유
- '피해금 환급', '합의금 지급', '비상장 주식 보상' 등으로 접근
- 돈을 돌려받고 싶은 절박한 심리를 악용
- 대출까지 유도하여 더 큰 피해 발생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투자 리딩방 관련 신고만 6,853건, 피해액은 6,581억원입니다. 건당 평균 피해액이 9,603만원에 달합니다. 다음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투자 권유는 100% 의심하세요
- 정식 앱스토어가 아닌 링크로 설치하라는 앱은 절대 설치하지 마세요
- 채팅방의 수익 인증은 모두 조작일 수 있습니다
- '손실 복구', '피해금 환급' 연락은 2차 사기입니다
- 수익률 30% 이상을 보장하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출금 시 별도 비용을 요구하면 즉시 사기로 판단하세요
- 투자 전 금융감독원 정보포털(fine.fss.or.kr)에서 정식 등록 여부를 확인하세요
-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지인에게 반드시 상의 후 결정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투자 리딩방 사기를 당했다면, 한 시간이라도 빨리 조치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ecrm.police.go.kr)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 계좌 지급정지: 송금한 은행에 즉시 지급정지 요청
- 증거 보존: 채팅 내역, 앱 화면 캡처, 송금 내역, 상대방 연락처 모두 저장
- 추가 입금 절대 금지: '손실 복구', '환급', '보상' 명목의 연락에 절대 응하지 마세요
- 심리 상담: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전문가들은 "피해 복구 사례는 1% 미만이며, 고액 입금 후에는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합니다. 피해를 당했더라도 '손실 복구' 연락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추가 피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씨의 한마디:
"첫 번째 사기보다 두 번째가 더 아팠어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판단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사기를 당한 뒤에 '복구해주겠다'고 연락 오면, 그것도 사기입니다. 제발 저처럼 되지 마세요."
이 사연은 서울신문이 보도한 실제 투자 리딩방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일부 내용을 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