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과일을 판다던 글 뒤의 조직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26년 10월 1일, 사이버 사기 범죄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사기방조·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쌀'과 '과일' 등을 판매한다고 속인 사이버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병합해 수사한 관련 사기 사건은 모두 1161건이다. 개별 피해액이 수십만 원대인 소액 사기가 대부분이었다. 단기간에 1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경찰은 조직적인 민생 침해형 사기 범죄로 보고 수사했다.
가상의 예시 상황
아래는 수법을 이해하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예시다. 실제 피해자의 사연이 아니며, 이 사건의 숫자나 결과와도 무관하다. 이 사건의 개별 피해자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았다.
평범한 구매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쌀이나 과일을 판다는 글을 봤다고 해 보자. 조건이 괜찮아 보이는 글이다. 금액도 크지 않다. '한번 사 보자'는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물건이 오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제야 사기임을 알게 된다. 금액이 작으면 신고가 번거롭게 느껴져 그냥 넘어가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액이어도 사기는 사기다. 이번 사건에서는 단기간에 1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 뒤에 있던 자금세탁 조직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인 사이인 A씨 등은 총책, 모집책, 자금세탁책, 영업 실장 등 체계를 갖춰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역할을 나눈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른 사기 조직에 '자금을 세탁해주겠다'고 광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직접 사기 범행에 가담하지 않고, 다른 사이버 사기 조직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넘겨받아 세탁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A씨 등 8명이 2025년 12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사이버 사기 조직의 범죄 수익금 4억3천만원 상당을 세탁하고, 그 대가로 약 1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4억3천만원은 세탁한 혐의를 받는 규모이고,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액이 아니다.
통장을 건넨 사람들
경찰은 이들에게 통장과 접근매체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은 혐의(사기방조·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30대 B씨 등 12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계좌가 범죄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제공하고, 적게는 10여만 원에서 많게는 80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계좌 제공자는 불구속으로 수사해 왔지만, 이번에는 범죄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와 접근매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은 혐의의 2명을 구속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또 총책이 검거되는 과정에서 도주를 도운 20대 C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수사는 이렇게 이어졌다
경찰은 동종 사건의 책임수사관서로 지정된 뒤 전국에서 발생한 관련 사건을 병합해 수사했다. 4월 자금세탁책 검거를 시작으로 수사를 확대해, 9월 초 총책을 포함한 조직원 8명을 모두 검거했다.
이런 점을 기억하세요
구매자라면 소액이라도 낯선 판매자가 먼저 입금을 요구하면 의심해야 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안전결제 같은 보호 수단이 있다면 그 안에서 거래하는 편이 낫다.
피해를 봤다면 거래 글과 대화, 입금 내역을 보관하고 112 또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에 신고하자. 피해 상담은 금융감독원 1332에서 받을 수 있다. 금액이 작아도 신고는 의미가 있다.
계좌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가를 받고 통장과 접근매체 등을 넘긴 12명이 사기방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고, 그중 2명은 구속됐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일수록 응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은 보도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 수사 단계로 최종 판결이 아닙니다. 피의자들의 혐의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