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했습니다
올해 29세인 최OO 씨(가명)는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월급의 일부를 모아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월 수익률 30%, AI 분석 기반 가상자산 리딩방"이라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한 달만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입장료 50만원에 가상자산 매매 시그널을 준다고 했거든요."
리딩방에 들어가자 매일 수십 건의 수익 인증 캡처가 올라왔습니다. 운영자는 "오늘도 비트코인 숏으로 12% 수익"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회원들은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최 씨도 따라서 5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처음 이틀은 소소한 수익이 났습니다. 하지만 3일째 되는 날, 운영자가 안내한 시그널대로 매수한 직후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손절 타이밍도 놓쳐 550만원 중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항의하자 운영자는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며 리딩방에서 강퇴시켰습니다.
"피해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며칠 뒤,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금융피해구제센터입니다. 최OO 님이 가상자산 리딩방 사기 피해를 당하신 것으로 확인되어 연락드립니다. 저희가 합의를 통해 피해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상대방은 최 씨의 이름과 피해 금액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은 사기 조직이 피해자 명단을 공유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요. '피해금 반환 합의가 진행 중인데, 합의 조건으로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비상장주식에 투자해야 합니다. 상장되면 피해금은 물론 투자 수익까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어요."
'금융피해구제센터' 직원이라는 사람은 비상장주식 매입을 권유하며 "이 회사는 6개월 내 코스닥 상장이 확정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조된 증거금 확약보증서와 상장 추진 서류까지 보내왔습니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9,100만원
최 씨는 처음에 여윳돈 1,000만원을 보냈습니다. 일주일 뒤 "상장 일정이 앞당겨졌다, 지금 추가 투자하면 배당률이 두 배"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놓치면 영영 만회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최 씨는 적금을 해지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았습니다. 총 14차례에 걸쳐 9,1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처음 리딩방 피해 550만원까지 합하면 총 피해액은 9,650만원이었습니다.
상장 예정일이라던 날, 전화는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금융피해구제센터'의 홈페이지도 사라졌고, 위조 서류에 적힌 회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였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처음 리딩방 사기도, 복구해준다던 사람도, 전부 같은 조직이었다는 걸요. 550만원 잃은 게 분해서 9,100만원을 더 잃은 거예요."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금감원에 따르면 2025년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 적발 건수는 6,853건, 피해액은 6,581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1차 피해자를 노린 '복구 사기'가 새로운 유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피해 복구 사칭: "피해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라며 금융피해구제센터, 소비자보호원 등을 사칭하여 접근합니다. 실제 공공기관은 개인에게 먼저 전화하지 않습니다
- 피해자 명단 공유: 1차 사기 조직이 피해자의 이름, 연락처, 피해 금액 정보를 2차 사기 조직에 넘깁니다. 내 정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오히려 사기의 증거입니다
- 비상장주식 투자 유도: "곧 상장 확정", "공모가 대비 절반 가격"이라며 비상장주식 매입을 권유합니다. 위조된 확약보증서와 상장 서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 긴급성과 희소성 강조: "이번 주까지만 가능", "잔여 물량이 얼마 안 남았다"며 즉각적인 결정을 유도합니다
- 단계적 금액 확대: 처음에는 소액을 요구하다가 점점 금액을 키웁니다. "추가 투자하면 배당률 두 배"라는 식입니다
- 감정적 취약점 공략: 돈을 잃은 분노와 복구하고 싶은 절박함을 이용합니다. 냉정한 판단이 어려운 상태를 노립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공공기관은 개인에게 먼저 전화하여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원을 사칭하는 전화는 끊으세요
- [ ] 투자 피해 복구를 위해 추가 투자를 요구하면 100% 2차 사기입니다
- [ ] 내 이름과 피해 금액을 정확히 아는 것이 오히려 사기의 증거입니다. 같은 조직이 정보를 공유한 것입니다
- [ ] 비상장주식 상장 확정이라는 말은 믿지 마세요. 금감원 파인(fine.fss.or.kr)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 [ ] 손실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더 큰 피해를 부릅니다. 절대 대출받아 투자하지 마세요
- [ ] SNS 수익 인증 화면은 대부분 조작입니다. 손실 사례는 절대 올라오지 않습니다
- [ ] 리딩방 입장료,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은 불법 투자자문입니다
- [ ] 가족이나 지인에게 먼저 상의하세요. 사기범은 항상 혼자 결정하라고 압박합니다
피해를 당했다면
투자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대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 계좌 지급정지 신청: 송금한 계좌의 은행에 즉시 요청
- 증거 보존: 카카오톡 대화 내용, 송금 내역, 위조 서류, 전화번호 등 모든 자료를 캡처하여 보관하세요
- 추가 연락 차단: 피해 복구를 빙자한 2차 사기 연락에 절대 응하지 마세요
2025년 한 해 동안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 건수 6,853건, 피해액 6,581억원, 건당 평균 피해액 9,603만원입니다. 최근에는 공모주 사기로 111억원을 편취한 73인 조직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피해를 복구해준다"는 말에 다시 속지 마세요. 사기범은 당신의 분노와 절박함을 노립니다.
이 사연은 서울신문 보도, 금감원 소비자경보, 경찰청 검거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일부 내용을 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