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걱정에 시작한 재테크 공부
올해 52세인 이OO 씨(가명)는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하며 정년을 7년 앞두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마치고 나니 노후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은행 예금 금리로는 물가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느낀 그는 유튜브에서 재테크 영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12월, 유튜브 광고에서 "AI 자동매매로 월 수익률 20% 달성"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상에는 유명 경제 유튜버를 닮은 인물이 등장해 "인공지능이 알아서 매수와 매도를 해주니까, 주식을 몰라도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영상은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였습니다.
영상 하단의 링크를 누르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연결되었고, '전 교수'라 자칭하는 운영자가 이 씨를 맞이했습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함정
'전 교수'는 자신을 전직 대학교 금융공학과 교수 출신이라 소개하며, "직접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24시간 분석해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포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픈채팅방에는 3,0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고, 매일 수십 건의 수익 인증이 올라왔습니다. "오늘도 AI가 미국 반도체주로 8% 수익!" "한 달째 원금의 22% 수익 중입니다." 이 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솔깃했습니다.
'전 교수'는 전용 투자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했습니다. 앱스토어가 아닌 별도 링크로 설치하는 앱이었지만, 화면은 유명 증권사 앱과 흡사했습니다. 계좌를 개설하고 시범 삼아 100만원을 입금하자, 3일 만에 잔고가 127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진짜 되네?" 이 씨는 흥분했습니다.
'전 교수'가 귓속말했습니다. "지금 중동사태로 방산주와 에너지주에 AI가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크게 넣으시면 큰 수익이 가능합니다. 단, 이번 주까지만 추가 모집합니다."
이 씨는 적금을 해지해 3,00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앱에 표시된 수익은 놀라웠습니다. 일주일 만에 3,850만원. 다시 2,000만원을 추가. 잔고는 7,600만원으로 표시되었습니다. 고무된 이 씨는 결국 아내 몰래 퇴직연금 중간정산까지 받아 총 1억 2,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앱 화면에는 평가 금액 2억 3,000만원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 씨는 매일 밤 앱을 열어보며 행복한 상상에 잠겼습니다.
출금 버튼을 누른 순간 시작된 악몽
투자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2026년 2월 말, 이 씨는 수익금 중 일부를 출금하려 했습니다.
"출금을 위해서는 수익금의 20%에 해당하는 세금을 먼저 납부하셔야 합니다."
2,300만원을 세금으로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했지만, 2억 3,000만원을 찾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 교수'에게 문의하자 대답이 달라졌습니다.
"세금 납부 후 해외 송금 수수료 500만원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그제야 불안해진 이 씨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AI 자동매매 투자 사기'로 검색하니 자신과 똑같은 피해 사례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GPT 기반 AI 투자를 사칭한 사기 조직이 190명에게서 39억원을 가로챈 사건, AI 자동매매로 230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검거된 사건...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앱에 표시된 2억 3,000만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숫자였습니다. 사기범들이 만든 가짜 앱에서 보여준 가짜 수익이었을 뿐입니다.
다음 날, 앱은 더 이상 실행되지 않았고, '전 교수'의 카카오톡 계정은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오픈채팅방도 사라졌습니다. 1억 2,000만원이 증발한 것입니다. 이 중 4,000만원은 퇴직연금 중간정산금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년까지 7년인데 노후 자금을 몽땅 잃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금감원은 2026년 1월 IPO 투자사기 소비자경보를 '경고'로 상향했고, 3월에도 중동사태 변동성을 악용한 투자사기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특히 AI 기술을 사칭한 투자사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AI 자동매매 사칭: "AI가 알아서 투자한다", "월 수익 20% 보장"이라며 기술력을 과장합니다. 실제로는 수익 화면만 조작하는 가짜 앱입니다
- 딥페이크 유명인 사칭: 유명 경제인, 교수, 유튜버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신뢰를 확보합니다
- 가짜 투자 앱 배포: 공식 앱스토어가 아닌 별도 링크로 앱 설치를 유도합니다. 앱 화면은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모든 수치가 조작되어 있습니다
- 소액 수익 경험 제공: 처음에 소액을 넣으면 실제로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여줘 경계심을 무너뜨립니다
- 긴급성 강조: "이번 주까지만 모집", "중동사태 특수" 등으로 빠른 결정을 유도합니다
- 출금 시 추가 비용 요구: 수익금을 찾으려 하면 세금, 수수료 등 명목으로 추가 송금을 요구합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원금 보장",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는 투자는 100% 사기입니다. 합법적인 투자에서 원금 보장은 불가능합니다
- [ ] 공식 앱스토어 외 경로로 투자 앱 설치를 유도하면 사기입니다
- [ ] 금감원 파인(fine.fss.or.kr)에서 해당 업체의 금융투자업 등록 여부를 확인하세요
- [ ] 유명인이 특정 투자를 추천하는 영상은 딥페이크일 수 있습니다. 공식 채널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 [ ] 출금 시 세금이나 수수료를 먼저 내라고 하면 사기입니다. 정상적인 증권사는 수익에서 자동으로 세금을 공제합니다
- [ ] SNS나 오픈채팅방의 수익 인증은 대부분 조작입니다
- [ ] 대출이나 퇴직연금을 해지하여 투자하라는 권유는 절대 따르지 마세요
- [ ] 투자 결정 전 반드시 가족이나 금융 전문가에게 상의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투자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대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 계좌 지급정지 신청: 송금한 계좌의 은행에 즉시 요청
- 증거 보존: 앱 화면 캡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송금 내역, 상대방 연락처 등 모두 저장
- 가짜 앱 삭제 전 증거 확보: 앱을 바로 삭제하지 말고 화면 녹화로 증거를 남기세요
AI 자동매매를 사칭한 투자사기 조직이 검거된 사례에서, 피해자 190명에게서 총 39억원, 또 다른 사건에서는 23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025년 한 해 투자리딩방 관련 신고 6,853건, 피해액 6,581억원에 달합니다. "AI가 해준다"는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이 사연은 금감원 소비자경보, 경찰청 검거 사례,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일부 내용을 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