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소액이었습니다
올해 43세인 박OO 씨(가명)는 중견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맞벌이로 아이 둘을 키우며 여윳돈이 생기면 조금씩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크게 욕심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노후를 준비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2025년 여름, 유튜브를 보다가 '전직 증권사 임원이 알려주는 급등주 포착법'이라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료 강의를 신청하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가 왔고, 이어서 텔레그램 '프리미엄 리딩방'에 초대받았습니다.
리딩방 운영자는 자신을 '김 본부장'이라 소개했습니다. 매일 아침 시황 분석이 올라왔고, 회원들의 수익 인증이 쏟아졌습니다. 박 씨도 소액으로 따라 해봤습니다. 처음 넣은 100만원이 일주일 만에 130만원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신뢰가 쌓였습니다.
'김 본부장'은 곧 VIP 채널을 소개했습니다. 입회비 550만원. 망설이던 박 씨는 다른 회원들의 수익 인증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VIP 채널에 들어간 뒤 추천받은 종목은 연이어 하락했고, 550만원은 고스란히 증발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일시적인 손실"이라며 추가 입금을 권유했지만, 박 씨는 더 이상 돈을 넣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리딩방을 나왔고, 550만원은 수업료라 생각하며 잊으려 했습니다.
"피해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6개월이 지난 2026년 1월, 박 씨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박OO 님이시죠? 저는 금융피해구제센터 소속 이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 지난해 불법 투자리딩방 피해를 당하신 것으로 확인되어 연락드렸습니다."
상대방은 박 씨가 피해를 입은 리딩방의 이름, 운영자 닉네임, 심지어 입금한 금액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아시는 거죠?"
"해당 리딩방 운영자가 검거되었고, 현재 피해자 보상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보상금은 비상장주식 형태로 지급되는데, 상장 임박 종목이라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박 씨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5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니. 그것도 비상장주식이 상장되면 더 큰 이익까지.
"다만 보상 주식을 수령하시려면 세금 및 수수료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선납하셔야 합니다. 법적 절차상 필수입니다."
처음 요구한 금액은 200만원이었습니다. 550만원을 돌려받는데 200만원이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점점 커지는 요구
200만원을 보낸 뒤, '이 팀장'은 추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보상 물량이 당초보다 많아졌습니다. 추가 매입하시면 상장 후 최소 5배 수익이 예상됩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때 마침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이 팀장'은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중동사태로 방산주와 에너지주가 급등하고 있죠? 보상 주식 발행사가 바로 방위산업 관련 기업입니다. 상장되면 중동 특수까지 겹쳐서 엄청난 시세가 예상됩니다."
박 씨는 여윳돈 5,000만원을 먼저 보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말에 은행에서 4,100만원을 대출받아 추가로 송금했습니다.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간 14차례에 걸쳐 총 9,100만원을 보냈습니다.
매번 송금할 때마다 '이 팀장'은 가짜 주식 보유 현황 화면을 캡처해 보내왔습니다. 화면에는 박 씨 이름으로 수만 주가 배정되어 있었고, 평가 금액은 3억원을 넘었습니다.
상장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3월 초, 상장 예정일이라던 날이 다가왔습니다. 박 씨가 '이 팀장'에게 연락했습니다.
"상장은 언제 되는 건가요? 확인 좀 해주세요."
"금감원 최종 심사 단계에서 중동사태 영향으로 일정이 조정되고 있습니다. 2주만 더 기다려주세요."
불안해진 박 씨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 접속해 해당 기업명을 검색했습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금융피해구제센터'도 검색해봤습니다. 그런 기관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설마... 또?"
다음 날, '이 팀장'의 전화번호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 계정도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리딩방에서 잃은 550만원에 더해, 9,100만원이 추가로 사라졌습니다. 총 피해액 9,650만원. 그중 4,100만원은 갚아야 할 대출금이었습니다.
"한 번 속은 사람을 또 속이다니... 분하고 억울해서 잠이 안 옵니다."
박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기범들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수법을 조심하세요
금융감독원은 2026년 3월 9일, 중동사태로 인한 시장 변동성을 악용한 투자사기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습니다. 박 씨의 사례처럼 한 번 피해를 당한 사람을 다시 노리는 2차 사기가 특히 위험합니다.
- 피해 복구 빙자 접근: "피해금을 돌려주겠다",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며 과거 사기 피해자에게 접근합니다
- 피해 정보 악용: 이전 사기에서 수집한 개인정보(이름, 전화번호, 피해 금액)를 활용해 신뢰를 확보합니다
- 공공기관 사칭: '금융피해구제센터', '투자자보호원' 등 실재하지 않는 기관을 사칭합니다
- 시사 이슈 활용: 중동사태, 반도체 호황 등 실제 뉴스를 엮어 투자 기회를 과장합니다
- 선납금 요구: 세금, 수수료, 보증금 등 명목으로 돈을 먼저 보내라고 요구합니다
- 가짜 시스템 화면: 위조된 주식 보유 현황, 수익률 화면을 보여주며 안심시킵니다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 [ ] "피해금 환급" 연락은 100% 사기입니다. 실제 피해 구제는 경찰이나 금감원을 통해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 [ ] 금감원 DART에서 기업 정보를 직접 확인하세요. 상장 예정 기업이라면 반드시 공시가 있습니다
- [ ] 실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은 선납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세금이나 수수료를 개인 계좌로 보내라는 것은 사기입니다
- [ ] 중동사태, AI 등 시사 이슈를 투자 미끼로 사용하는 경우 의심하세요
- [ ] 대출받아 투자하라는 권유는 절대 따르지 마세요
- [ ] 리딩방 수익 인증은 대부분 조작입니다. 운영자의 부계정이 올리는 가짜입니다
- [ ] 투자 결정 전 반드시 가족이나 지인에게 상의하세요. 사기범은 비밀을 강요합니다
- [ ] 금감원 파인(fine.fss.or.kr)에서 업체 등록 여부를 확인하세요
피해를 당했다면
이미 투자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다음 조치를 취하세요.
- 경찰 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대
- 금융감독원 신고: 1332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 계좌 지급정지 신청: 송금한 계좌의 은행에 즉시 요청
- 증거 보존: 통화 녹음,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송금 내역 모두 캡처하여 보관
특히 피해를 당한 뒤 "돈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이 온다면, 절대 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세요. 2025년 한 해 동안 투자리딩방 관련 신고는 6,853건, 피해액은 6,581억원에 달했습니다. 평균 피해액이 9,603만원으로, 박 씨와 같은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이 사연은 2026년 금감원 소비자경보와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일부 내용을 각색했습니다.